사랑할수록 단단해지는 인간...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리뷰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2. 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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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위태로운 아이입니다. 단단한 사람이 필요해요. 그쪽처럼 똑같이 위태로운 사람 말고."

넷플리스 영화 '로기완'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탈북자 로기완(송중기 분)과 스스로의 삶을 파괴하는 벨기에 한인 마리(최성은 분)가 만나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로기완은 가난과 추방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지만 마리는 풍족한 환경에서도 마약과 범죄로 스스로를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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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공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김희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
송중기 열연으로 완성도 높여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넷플릭스
“내 딸, 위태로운 아이입니다. 단단한 사람이 필요해요. 그쪽처럼 똑같이 위태로운 사람 말고.”

넷플리스 영화 ‘로기완’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탈북자 로기완(송중기 분)과 스스로의 삶을 파괴하는 벨기에 한인 마리(최성은 분)가 만나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조해진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신동엽문학상 수상작)가 원작이며 ‘수학여행’ ‘MJ’ 등 단편영화들에서 소외된 이들의 감정을 담아온 김희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위태로운 사람들 간의 사랑을 보여준다. 환경이,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지, 그런 사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린다.

로기완과 마리는 비슷한 사연을 공유하지만 서로 대척점에 선 인물로 묘사된다.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어머니가 죽었고, 그 죽음에 뼛속 깊은 부채 의식을 갖고 있다 것. 로기완은 교통사고로 죽은 어머니의 시신을 병원에 판 돈으로 벨기에로 향하고, 어머니의 ‘목숨 값’으로 얻은 자유에 죄책감을 느낀다. 마리 역시 갑작스럽게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 모친에게 해소되지 않은 마음의 짐을 품고 살아간다.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넷플릭스
반대되는 것은 삶에 대한 태도다. 로기완은 가난과 추방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지만 마리는 풍족한 환경에서도 마약과 범죄로 스스로를 파괴한다. 한쪽은 타의로, 다른 한쪽은 자의로 안정적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

각자 다른 이유로 위태로운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다. 로기완과 마리는 서로를 지지하며 안정을 찾고, 함께 미래를 그리며 삶에 대한 열정을 키운다. 혼자일 때는 결코 발현될 수 없는 것들이다.

영화는 이처럼 인간을 행복으로 이끄는 사랑을 음식을 만들어주는 장면들로 표현한다. 사고가 나기 전 어머니가 로기완에게 국수를 말아주는 장면, 조선족 동료 김선주가 로기완에게 고기를 구워주는 장면, 로기완이 마리를 집에 초대해 된장국 등 한끼 식사를 정성껏 대접하는 장면 등은 관객의 마음을 따듯하게 덥힌다.

영화 초반 로기완이 늦은 밤 중국의 거리에서 아스팔트에 묻은 어머니의 피를 닦아내는 장면은 가장 비극적인 부분이다. 물에 적신 걸레가 굳어있던 피를 녹이고, 희석된 핏물이 거리의 배수구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이 긴 호흡으로 비춰진다.

송중기 배우의 귀에 쏙쏙 박히는 이북 방언, 견디기 힘든 슬픔과 그로 인해 단단해진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수려한 연기는 영화의 품격을 높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불안정한 현실에 부딪혀 갈등하는 사람,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사랑의 신비한 힘을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3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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