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부터 대포-관중 기립박수’ 이게 7억 달러 오타니 스타성, 이제 서울행 정조준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어쩌면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지난 오프시즌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계약을 하고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다저스의 일원으로 첫 출전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오타니는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포를 터뜨리는 등 스타성을 유감없이 뽐냈다. 서울 시리즈 참가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오타니는 28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에 선발 2번 지명타자로 출전,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삼진을 기록하며 2024년 시범경기 데뷔전을 마쳤다. 오타니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실전 경기였다. 오타니의 이날 출전이 예고되자 많은 팬들이 평일임에도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봤다. 오타니는 그런 팬들에게 홈런으로 화끈한 팬 서비스를 하며 자신의 스타성을 유감없이 입증했다.
2021년, 그리고 2023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오타니다. 두 번의 MVP 모두 만장일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만장일치 MVP를 두 차례나 수상한 건 오타니가 처음이다. 그런 오타니는 2023년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고, 많은 팀들의 관심을 모은 끝에 다저스의 손을 잡았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FA 자격을 염두에 두고 2022-2023 오프시즌부터 팀 페이롤을 비우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오타니를 손에 넣었다. 10년 총액 7억 달러 계약은 전 세계 프로 스포츠 단일 계약으로는 최고액이었고, 오타니는 이중 6억8000만 달러를 10년 뒤 지급받기로 하는 ‘지불 유예’ 조항으로 또 화제를 모았다.
시범경기 출전은 조금 늦었다. 오타니는 지난해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 온 뒤로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인대가 손상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24년은 투수로 등판하지는 않는다. 2025년 정상적인 투수 등판이 목표다. 하지만 타자로는 나설 수 있다. 다만 시간이 필요했다. 타자가 팔꿈치 수술을 받아도 정상적인 재활 기간만 4~5개월이 걸린다. 오타니도 그 시간이 필요했고, 시범경기 초반에는 일단 경기에 나서지 않으면서 라이브 게임 위주로 컨디션을 조율했다. 그리고 28일 첫 실전을 가졌다.
다저스는 이날 막강한 라인업을 뽐냈다. 관심을 모았던 오타니의 타순은 2번이었다. 다저스에는 오타니 외에 또 다른 MVP 출신이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이 있다. 지난해에는 베츠와 프리먼이 나란히 1~2번에 위치해 서로 끌고 당겼다. 어마어마한 공격력 듀오였다. 여기서 오타니가 어느 타순에 위치할지도 관심사였는데,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의 선택은 2번이었다.
다저스는 이날 무키 베츠(2루수)와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가 테이블세터를 이루고, 프레디 프리먼(1루수)이 3번으로 뒤를 받쳤다. 베츠-오타니-프리먼이라는 리그 최강 공격 트리오의 합체였다. 이어 윌 스미스(포수)가 4번으로 나서고, 그 뒤로 맥스 먼시(3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미겔 로하스(유격수)-호세 라모스(중견수)가 차례로 위치했다. 6번 타순까지는 모두가 기본 20홈런을 날릴 수 있는 선수들의 조합이었다. 막강한 타순의 위용이 드러났다.
오타니는 0-1로 뒤진 1회 첫 타석에서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오타니도 살짝 미소를 띈 채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발은 좌완 개럿 크로세였다. 202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주로 불펜으로 뛰었던 선수로 메이저리그 통산 72경기에서 3승7패 평균자책점 2.71이라는 수준급 성적을 거뒀다. 몸을 풀기로 좋은 상대였다.
오타니의 스윙에 힘이 들어갔다. 헬멧이 벗겨질 정도의 큰 스윙으로 파울을 쳐 냈다. 아무래도 다저스에서의 첫 타석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지난해 막판 수술 이후 계속 결장해 실전 감각도 동료들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결국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크로세의 바깥쪽 패스트볼에 대응하지 못하고 삼진을 당했다. 좋은 코스로 들어간 공이었고, 오타니는 서서히 삼진을 당한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크로세의 커맨드가 돋보이는 공이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병살타로 물러났다. 0-1로 뒤진 3회 다저스는 선두 라모스가 볼넷을 골랐고, 후속 타자 베츠가 안타를 쳐 무사 1,3루 기회를 오타니에게 넘겼다. 오타니는 첫 타석보다는 스윙을 가볍게 돌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2루수 방면 병살타에 그쳤다. 타구가 외야로 나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루 주자 라모스가 그 사이 홈을 밟기는 했으나 다저스는 오타니의 병살타로 흐름이 끊겨 3회 1득점에 머물렀다.
팀은 4회 3점을 더 허용했고, 다저스는 무기력하게 끌려갔다. 화이트삭스는 1-1로 맞선 4회 일로이 히메네스의 안타, 앤드루 번의 인정 2루타로 무사 2,3루를 만든 뒤 1사 후 폴 데용의 좌월 3점 홈런으로 4-1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오타니가 추격에 불씨를 당겼다. 5회 대포가 터졌다.
다저스는 1-4로 뒤진 5회 1사 후 라모스가 안타를 치며 다시 기회를 만들었다. 베츠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기는 했으나 다저스에는 오타니가 있었다.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리온의 6구째 공이 가운데 몰리자 이를 힘껏 쳐 냈다. 타이밍이 약간 늦기는 했으나 힘이 있었다. 공을 끝까지 밀어내며 타구에 힘을 실었고, 이 공은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투런포로 이어지며 관중석을 열광케 했다.
오타니는 타석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다음 타자 프레디 프리먼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첫 홈런을 자축했다.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오타니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오타니도 그제서야 얼굴에 미소를 찾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타니는 이 타석 이후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2~3타석 정도를 소화할 예정이었는데 정상적인 몸 상태를 과시하며 향후 전망을 밝혔다.
오타니는 경기 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분명 타석에서의 느낌이 좋았다.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있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스프링트레이닝 경기였기 때문에 많은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시즌을 준비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더 집중했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오타니는 “예정대로 나오고 끝난 것이 제일 좋았다. 감각도 좋았다. 몸 자체에 힘이 있었고 최근 배팅 케이지에서의 느낌도 좋았다. 무사히 끝나서 좋다”면서 “첫 번째 타석부터 세 번째 타석까지 계속 감각도 좋아지고 내가 생각했던 코스였는지가 중요했다. (홈런을 치고는) 높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사막 기후인) 애리조나에서는 어떨지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2번 타순에 대해서는 “오늘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는 변함없이 스트라이크만 내 확실한 스윙으로 대처하면 된다. (로버츠 감독과 면담에서도) 나는 어디서나 좋다고 했다. 잘 대응해 나가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어 “페이스만 봐서는 (개막까지 50타석 이상은) 넘는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단계에서는 페이스가 조금 빠를 정도의 느낌이다. 양 자체는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머지는 감각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일상적인 스프링트레이닝 나날과 같지 않았다. 모든 곳에 카메라가 있었고, 미디어의 수도 평소보다 많았다. 매 구마다 관중들의 기대치는 계속 커졌다. 올 겨울 기록적인 10년 7억 달러 계약을 한 오타니 쇼헤이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첫 기회였다’면서 뜨거웠던 경기장 열기를 설명하면서 ‘마침내 그의 마지막 타석(5회)에서 오타니는 팬들에게 쇼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지난 3주 동안 오타니는 다저스가 3월 20일과 2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연전(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으로 시즌을 시작하기 위해 한국의 서울로 이동할 때, 그가 다저스의 지명타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했다’면서 오타니가 정상적으로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으며 3월 20일 열릴 서울 시리즈에 정상적으로 참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타니 또한 현재 상태라면 서울 시리즈에서 자신의 다저스 데뷔전이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 몇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오타니는 올 시즌 첫 실전 타격 연습에서 21개의 스윙 중 10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두 번째 훈련에서는 29번의 스윙에서 10개의 홈런을 추가로 터뜨렸다. 첫 라이브 타격 연습에서는 다저스의 우완 J.P 파이라이젠을 상대로 홈런을 기록해 관중들을 열광시켰다’면서 ‘올 시즌 그는 다저스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외야수 글러브를 끼고 다녔다고 일본 언론에 언급했다.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오타니가 얼마나 건강하게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몸 상태에 기대감을 걸었다.
한편 경기는 다저스가 9-6으로 역전승하고 시범경기 5연승을 내달렸다. 5전 전승 무패다. 다저스는 1-4로 뒤진 5회 오타니의 투런포로 1점차까지 추격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7회 1점을 추가했으나 그대로 있을 다저스가 아니었다. 다저스는 3-5로 뒤진 7회 1사 1루에서 페두시아의 볼넷으로 1,2루를 만든 뒤 2사 후 크리스 오케이의 적시타, 라이언 워드의 적시타가 연이어 나오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기세를 탄 다저스는 8회 1사 후 파드로의 안타와 볼넷 2개로 만루를 만든 뒤 아반스의 희생플라이 때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오케이가 쐐기 3점 홈런을 터뜨리며 9-5까지 달아난 끝에 승리를 확정했다.
다저스는 이날 오타니의 홈런 외에도 무키 베츠, 맥스 먼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이슨 헤이워드가 각각 안타를 신고하며 타격감을 이어 나갔다. 시범경기 들어 베츠의 OPS(출루율+장타율)는 1.083, 오타니는 1.666, 그리고 프리먼은 1.114다. 세 선수의 합체가 큰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잘 드러나고 있다. 선발이자 올해 풀타임 선발이 기대되는 바비 밀러는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고, 선발 로테이션에서 다소 밀려난 듯한 인상을 주는 마이크 그로브(1⅓이닝 3실점)와 개빈 스톤(1⅔이닝 1실점)도 조금은 고전했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블레이크 트레이넨은 5번째 투수로 나서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 기대치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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