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장갑 벗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우승 눈앞에서 벌어졌던 대참사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양용은의 10타 차 뒤집기, 마지막에 무너진 노승열
떠오르는 신예 유망주였던 노승열(당시 19세)은 3라운드까지 합계 9언더파로 2위에 5타나 앞선 단독 선두로 나서며 국내 무대 첫 우승을 눈앞에 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4라운드에서 악몽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골프 담당 기자였던 필자는 1번 홀부터 노승열을 따라다니며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노승열은 첫 홀부터 흔들렸습니다. 티샷한 공이 카트도로를 맞고 100야드를 표시하는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보기로 시작한 노승열은 하염없이 무너졌습니다. 5번 홀(파5ㆍ540야드)에서도 티샷을 왼쪽 숲으로 보내면서 보기를 기록했고 6번 홀 버디 후 7번 홀(파3)에서는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범했습니다. 결국 노승열은 이날 더블보기 2개와 보기 6개, 버디 2개로 8타를 잃는 최악의 플레이를 펼치며 공동 4위(1언더파)로 추락했습니다.
노승열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사이 베테랑 양용은은 기적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노승열에 무려 10타나 뒤진 공동 12위로 출발했지만 무섭게 따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전반 9홀이 끝나자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앞서 경기했던 양용은이 9번 홀까지 버디 4개, 이글 1개로 6타를 줄이는 사이 노승열은 7번 홀까지 3타를 잃으면서 10타 차가 1타 차로 좁혀진 것입니다. 양용은은 후반에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기록하며 이날 5타를 줄였습니다.
'백상어' 그렉 노먼의 마스터스 잔혹사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해마다 4월에 열리는 '꿈의 무대' 마스터스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 대회입니다. 골퍼라면 누구나 그린재킷을 입기를 원하지만 오직 오거스타의 신(神)이 허용한 선수에게만 그 영광은 주어집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에게 마스터스는 그야말로 '잔혹사'였습니다.
1986년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노먼은 전반에 선두를 빼앗겼다가, 후반 14~17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으며 '황금 곰' 잭 니클러스를 따라잡았습니다. 18번 홀에서 파만 잡으면 연장에 돌입할 수 있었지만 보기를 범해 46세의 니클러스에게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의 영예를 갖다 바쳤습니다. 1년 뒤인 1987년에는 래리 마이즈에게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 있는 드라마틱한 45야드짜리 칩 샷을 얻어맞고 땅을 쳐야 했습니다.
노먼의 진정한 마스터스 '흑역사'는 1996년 대회였습니다. 노먼은 1라운드에서 코스 기록인 9언더파 63타를 치는 등 3라운드까지 6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라이벌이었던 '스윙 머신' 닉 팔도(잉글랜드)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팔도는 다혈질이었던 노먼의 급한 성격을 이용해 일부러 욕이 나올 만큼의 '늑장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짜증이 난 노먼은 무려 6 오버파를 치며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대조적으로 너무나 느린 플레이를 의도적으로 펼친 팔도는 5언더파를 치며 노먼을 5타 뒤진 2위로 밀어내고 통산 세 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했습니다. 결국 노먼은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그린 재킷을 입지 못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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