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올라서 좋았는데…'밸류업 쇼크' 주식들 어쩌나
연초 상승하던 '저PBR주' 단기 조정
"3월 주총 시즌 역대급 환원 기대·정책 모멘텀도 충분"
초미의 관심사였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계획이 발표됐지만, 시장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기대와 달리 정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급등했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은 발표 이후 변동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상승 기조'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보험지수는 지난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후 6.26%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 은행지수와 KRX 증권지수도 각각 3.51%, 2.62% 내렸다. 개별 종목 중에선 지주사인 SK(-9%), LG(-7.9%)가 하락폭이 컸다. 삼성물산(-8.1%), 기아(-4.8%), 현대차(-2.2%) 등 저PBR 대형주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 종목들은 모두 저PBR주로 묶여 지난 두 달여간 상승해왔다. 그러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저PBR주가 이른바 '밸류업 쇼크'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기업가치가 우수한 기업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하고, 상장사가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유도한다.
다만 지원 방안이 기업의 자율성에 과하게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 가치 제고의 인센티브가 세재 지원책에 불과하고,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도 자율적으로 준비된 기업부터 참여한다는 이유에서다. 세제혜택 규모 등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저PBR주의 주가 흐름은 여전히 '청신호'라고 조언한다. 그동안 상승폭이 가팔랐던 만큼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무분별하게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그 이유로 당장 다음 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밝힌 이후 주요 상장사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왔다. 대표적으로 기아가 올 상반기 내 자사주 50%를 소각하고, 현대차는 연 4회 분기 배당을 약속했다. NHN도 창사 이래 첫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시 보고서, 컨퍼런스콜 등 기업 문서에서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관련 언급 빈도가 이달 15일 기준 167건"이라며 "현재 속도라면 이달 내 300건 이상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2월 대비 86%가량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3월 주주총회엔 역대급으로 주주환원이 검토될 것으로 본다"며 "당장 서둘러 주식을 팔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발표 이후 자사주 소각 여부에 더해 배당권 확대 가능성도 투자의 주요한 고려 사항이 됐다"며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논의될 주주총회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동안 조정기가 있더라도 '파는 조정'이 아니라 '사는 조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여전히 저PBR주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당장 오는 5월 밸류업 프로그램 2차 간담회가 예정돼 있고, 9월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신설해 연내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출시된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컸던 만큼, 이미 국내 상장사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저PBR주가 증시를 주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내내 급등세가 이어진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조정을 거치면서 이미 현재 주가에 시장의 기대감과 우려가 모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올해 주가가 반등할만한 정책적 재료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주가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진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정부 정책과 별개로 이미 기업의 자발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최근 주도주로 지목된 기업들이 상승했던 것도 단순 저PBR이라서가 아니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했기 때문"이라며 "저PBR주 비중을 당장 줄이기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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