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뒤늦은 깨달음'…수의 입은 주폭 조합장의 반성문

유영규 기자 2024. 2. 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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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수감자에게 글씨도 알려주고 여러모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축협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어제(27일) 법정에 선 전북 순정축협 조합장 고 모(62) 씨는 품 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 한 장을 꺼냈습니다.

고 씨는 "밖에서 구명 운동을 하는 조합원님들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조합원 2천300명·축협 직원 100명과 소통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조합장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잠시라도 시간을 주셨으면 한다"고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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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수감자에게 글씨도 알려주고 여러모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축협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어제(27일) 법정에 선 전북 순정축협 조합장 고 모(62) 씨는 품 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 한 장을 꺼냈습니다.

재판장이 "피고인 최후변론 하세요"라는 말을 한 직후입니다.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고 씨는 "제게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천천히 종이에 쓴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는 "먼저 무지한 행동으로 조합원들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저는 구속 이후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도 읽고,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교도소) 안에서 영어사전을 구입해 외국인 수감자에게 반성문 작성 등을 알려주고 다른 수감자에게도 봉사하고 있다"며 "이렇게 조금씩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귀한 교정 시간을 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고 씨는 "밖에서 구명 운동을 하는 조합원님들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조합원 2천300명·축협 직원 100명과 소통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조합장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잠시라도 시간을 주셨으면 한다"고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고 씨는 손 편지를 읽다가 목이 멘 듯 잠시 발언을 멈추고 천장을 바라보며 감정을 가다듬기도 했습니다.

고 씨의 변호인은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며 "피고인이 진심으로 자숙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진 점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고 씨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축협 직원들을 손과 신발 등으로 여러 차례 폭행하고 깨진 술병으로 위협한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섰습니다.

그는 재판을 앞두고 '조합원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반성문을 10차례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전주지법 남원지원 형사1단독(이원식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고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농·축협 조합장이나 상임이사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습니다.

재판부는 당초 다음 달로 선고 기일을 잡았으나 "피해자들과 합의할 시간을 더 주셨으면 한다"는 변호인 요청을 받아들여 4월 2일에 선고하겠다고 일정을 공지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검찰은 특수협박 및 특수폭행, 강요, 근로기준법 위반, 스토킹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고 씨를 구속 기소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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