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고향 떠나 새 팀..이정후도 좋아했던 ‘SF 프랜차이즈 스타’ 크로포드[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크로포드가 세인트루이스에서 커리어를 이어간다.
MLB.com 등 현지 언론들은 2월 27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베테랑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보장되는 계약이다.
1987년생 베테랑 크로포드는 이 계약으로 프로 커리어 통산 두 번째 구단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해까지 크로포드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원클럽맨' 중 하나였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태생으로 LA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출신인 크로포드는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117순위 지명을 받았다. 크로포드를 지명한 팀은 바로 사실상 '고향 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크로포드의 고향인 마운틴뷰는 샌프란시스코만과 약 6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대학 신인으로 높은 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지만 성장이 빠르지는 않았다. 크로포드는 프로 입문 3시즌 동안 트리플A 무대를 밟지 못했고 하위 레벨에 머물렀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성장이 더뎠던 만큼 초반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크로포드는 구단의 지원 속에 곧바로 주전 자리를 맡았지만 데뷔 첫 3년 동안 358경기에서 .241/.304/.346 16홈런 109타점 3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정교함, 출루 능력, 장타력 , 주루능력 어느 하나 돋보이지 않았다.
크로포드는 두 번째 우승 반지를 2014시즌부터 한 단계 성장에 성공했다. 2014시즌 153경기에서 .246/.324/.389 10홈런 69타점 5도루를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리그 평균을 넘어서는 타격 생산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2015시즌에는 143경기에서 .256/.321/.462 21홈런 84타점을 기록해 20홈런 고지를 밟고 올스타에 선정됐다.
2014시즌을 시작으로 꾸준히 두자릿수 홈런을 쏘아올리는 선수가 된 크로포드는 공격에서 큰 부족함이 없는 선수로 당당히 샌프란시스코 내야 중앙의 터줏대감이 됐다. 다소의 기복은 있었지만 크로포드는 2014-2021시즌 8년 동안 1,085경기에서 .259/.328/.423 114홈런 545타점 40도루를 기록하며 든든하게 활약했다. 114홈런은 해당기간 유격수 10위의 기록이었다. 2021시즌에는 34세의 나이로 138경기 .298/.373/.522 24홈런 90타점 11도루를 기록해 커리어 하이 성적을 쓰며 MVP 투표 4위에 올랐다.
사실 크로포드의 장점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있다. 데뷔할 때부터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인 크로포드는 리그에서 가장 견고한 유격수 중 한 명이다. 통산 골드글러브를 4번이나 수상했고 2015-2018시즌에는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빅리그 모든 커리어를 유격수로만 보낸 크로포드는 통산 DRS(디펜시브 런 세이브) +55를 기록했다. 이는 크로포드가 데뷔한 2011년 이후 빅리그 유격수 전체 5위의 기록. 크로포드가 데뷔한 후 크로포드보다 유격수로 더 높은 DRS를 쌓은 선수는 안드렐톤 시몬스(201), 닉 아메드(80), 트레버 스토리(77), 카를로스 코레아(68) 뿐이다.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14-2021시즌 8년 동안 크로포드는 fWAR 24.0을 기록했다. 이는 해당기간 유격수 전체 5위의 기록. 크로포드보다 높은 fWAR를 기록한 선수는 프란시스코 린도어(35.1), 잰더 보가츠(28.1), 코레아(26.9), 트레이 터너(25.4) 뿐이다. 그리고 공격력이 크게 돋보이는 선수가 아니었던 크로포드는 거의 모든 WAR를 수비로 쌓았다.
다만 영원한 것은 없다. 크로포드는 35세 시즌이던 2022년부터 성적이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93경기 출전에 그쳤다. 최근 2시즌 성적은 211경기 .216/.293/.332 16홈런 90타점에 불과했다. 샌프란시스코가 13년간 내야 중앙을 지킨 프랜차이즈 스타 크로포드와 결별을 선택한 것도 노쇠화 때문이었다.
비록 타격 성적은 크게 떨어졌지만 수비력 만큼은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이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폴 데용과 끝내 결별한 세인트루이스는 유격수 자리에 확실한 주인이 없다. 데용은 떠났고 유격수로도 견고한 수비를 보이는 유틸리티 토미 에드먼은 불안한 외야에 힘을 보태기 위해 외야 쪽에 집중할 예정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데뷔한 2002년생 팀 최고 유망주 메이슨 윈을 주전으로 기용할 계획이지만 윈은 아직 빅리그에 다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37경기에서 .172/.230/.238 2홈런 12타점으로 부진했고 수비도 아직 거칠다.
크로포드는 윈의 뒤를 든든히 받치는 백업 역할을 우선 맡을 것으로 보인다. 브렌든 도노반, 호세 페어민 등 유틸리티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지만 중요한 유격수를 맡기기에는 불안하다. 만약 윈이 아직 마이너리그에서 시간을 더 보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크로포드가 주전으로 중앙 내야를 지킬 최우선 후보다. 여전히 견고한 수비력을 가진 베테랑인 만큼 구단 입장에서도 신인의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다.
지난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입단한 이정후는 입단식에서 "어릴적 유격수였던 나는 크로포드를 좋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평양 건너의 유망주도 그를 보며 꿈을 키웠을 정도로 크로포드는 버스터 포지, 맷 케인, 브랜든 벨트 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월드시리즈 우승 2회, 올스타 선정 3회, 골드글러브 수상 4회 등 굵직한 족적을 남기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고향 팀과 16년의 동행을 마치고 37세 나이로 새 유니폼을 입은 크로포드가 과연 세인트루이스에서 어떤 모습으로 커리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자료사진=브랜든 크로포드)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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