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산 때문에 숨진 제주·강원 산모, 서울의 2배

권순완 기자 2024. 2.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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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의료 인프라 부족… 산부인과·대형 병원 수도권 몰려

우리나라 임신부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숨지는 비율은 선진국 수준으로 낮지만, 일부 지방은 카자흐스탄 같은 개발도상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선 애 낳기가 겁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사실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통계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간 제주에선 4만7582명이 태어나는 동안 산모 8명이 사망했다. 출생아 10만명당 숨진 산모 수를 뜻하는 모성사망비는 16.8명이었다. 같은 기간 강원도는 이 비율이 15.4명(9만691명 출생에 산모 14명 사망)으로 서울(8명)의 거의 두 배였다. 전국 평균은 9.8명이었다.

그래픽=김하경

◇제주·강원 모성사망비, 사우디 수준

실제 작년 10월 제주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산모 A씨가 제왕절개로 출산한 직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후 처치 과정에서 A씨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졌고, 큰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강원 속초시에서도 산모 B씨가 출산 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역별 모성사망비를 외국과 비교하면 지방에서 출산하는 여성들이 맞닥뜨린 위험이 잘 드러난다. 세계보건기구(WHO) 모성사망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노르웨이(2명)나 일본(4명), 독일(4명) 같은 선진국에선 이 비율이 5명 미만이었다. 프랑스(8명)나 그리스(8명) 등 웬만한 유럽 국가도 10명 안쪽이다. 제주·강원도는 헝가리(15명)나 사우디아라비아(16명)와 비슷한 수준이고, 카자흐스탄(13명)이나 러시아(14명)보다는 더 높았다.

10년 평균이 아니라 특정 연도별로 보면 위험도는 더 올라간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2년 기준으로 충남 지역의 모성사망비는 29.4명(1만221명 출생에 산모 3명 사망)이었다. 2020년 대전은 40.1명까지 치솟았다. 7481명이 태어날 때 산모 3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각각 스리랑카(29명)나 튀니지(37명)보다 높다. 다만 연도·지역별 수치는 분모가 되는 출생아 숫자 자체가 적기 때문에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경북 5개 군 ‘산부인과 제로(0)’

지방의 모성사망비가 높은 것은, 근본적으로 산부인과나 대형병원이 수도권에 몰려 지방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전국 시군구 250곳 가운데 산부인과(표시·진료과목 기준)가 없는 곳은 19곳인데 모두 지방 군(郡) 단위다. 청송·영양·고령·성주·봉화군 등 경북에만 5곳이었고, 이어 강원(4곳), 전북·전남·경남 각각 3곳, 대구(군위군)의 순이었다.

그래픽=양인성

반면 산부인과가 가장 많은 시군구는 서울 강남구(64곳), 서초구(40곳), 송파구(32곳), 경기 부천시(32곳) 순이었다. ‘강남 3구’가 나란히 1~3등을 기록한 것이다. 상위 15위 가운데 10곳이 서울·경기 지역이었고, 나머지 5곳도 모두 시(市)나 구(區)였다.

기본적으로 산부인과로 개원하는 의사 수가 적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산부인과의 전공의 확보율은 63.4%에 그쳤다. 안과·피부과·성형외과 등 인기 과가 100% 확보율을 보이는 것과 대비됐다. 분만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소송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사들이 전공 지원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구가 많지 않고 고령화된 지방 지역에 개원하려는 산부인과 의사는 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재용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센터장은 “산모가 응급 상황에 빠진 경우, 산부인과 의사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처치가 가능한 대형병원 시설이 필요한데 상당수 지방에는 이런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각 지역 대학병원 등 권역책임의료기관과 동네 의원이 협조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양경숙 의원은 “정부가 산모의 건강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는 의료 인프라 확충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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