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로 100억뷰… 다양한 비트·악기로 어른도 춤추게해

백수진 기자 2024. 2. 28.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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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승부사들] [16] 주혜민·권빛나 더핑크퐁컴퍼니 이사
더핑크퐁컴퍼니의 주혜민(왼쪽) 이사와 권빛나 이사가 아기 상어와 베베핀 인형을 들고 있다. 주 이사는 “아기 상어로 노래와 율동 위주인 어린이용 숏폼 콘텐츠의 포문을 열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무채색의 도심에서 더핑크퐁컴퍼니 사무실로 들어선 순간, 시선을 사로잡는 갖가지 핑크색으로 눈앞이 알록달록해졌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세계 최초로 조회수 100억 뷰를 돌파한 K캐릭터 아기 상어가 탄생한 곳. 후속작인 ‘베베핀’ 역시 지난해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키즈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영국·호주·캐나다 등 18국의 톱10 차트에 올랐다. 10년 전 인턴으로 입사해 베베핀 등 넥스트 IP(지식재산권)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임원이 된 주혜민(33)·권빛나(34) 이사를 만나 비결을 들었다.

5세 이하 유아동을 위한 애니메이션 ‘베베핀’은 분홍 머리의 20개월 아기 ‘핀(Finn)’이 주인공이다. 5인 가족의 일상에 노래와 율동을 곁들인 뮤지컬 형식. 권 이사는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아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하려 했다”고 밝혔다. “환상적인 연출은 자제하고 캐릭터의 움직임도 과장된 몸짓 대신 실제 아기의 월령에 가깝도록 구현했어요.”

'베베핀' 스틸컷. /더핑크퐁컴퍼니

조회수가 제일 높은 영상은 일찍 일어난 베베핀이 온 가족을 깨우러 다니는 굿모닝송. 이 밖에도 양치송, 응가송,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자동차송처럼 일상적인 에피소드가 인기를 끌었다. 전작인 핑크퐁과 아기 상어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적용한 결과였다. “늘 인기인 자동차·공룡·공주님 외에도 아이들이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 콘텐츠에 반응한다는 걸 발견했고, 베베핀 콘텐츠에 녹여냈죠.”(주혜민)

3D 애니메이션 기술로 구현한 세련된 영상미와 완성도 높은 음악도 주효했다. 권 이사는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재미없으면 바로 영상을 꺼버리기 때문에 3초 만에 시선을 사로잡으려 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선명하고 생생한 색감이 베베핀의 차별점”이라고 했다. “노래도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쉽도록 핵심 가사를 반복하면서, 아기상어처럼 중독성 있는 구간을 넣었죠.”

주 이사는 “케이팝에 비견되는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기존의 동요가 자장가처럼 단조로운 멜로디를 써왔던 반면, 저희는 다채로운 비트와 악기를 써서 어른이 듣기에도 신나는 노래를 만들려고 해요. 음향과 음질, 소리의 강약 등 마지막 디테일까지 심혈을 기울여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요.”

'아기상어 극장판: 사이렌 스톤의 비밀' 스틸컷. /더핑크퐁컴퍼니

매일 유튜브 데이터를 분석하고 구독자의 반응을 기민하게 콘텐츠에 반영해온 방식이 더핑크퐁컴퍼니의 성장 비결이다. 2017년 유튜브 팀장이었던 권 이사는 인도네시아에서 갑자기 아기상어 영상 조회수가 급증한 것을 발견했다. 인도네시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가 아기상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베이비샤크 댄스 챌린지’가 전국적으로 유행한 것이다.

주 이사는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 아기상어 인형 탈을 들고 자카르타로 날아갔다. 현지에서 열리는 K콘텐츠 행사에 ‘한 번만 무대에 세워 달라’고 읍소해 무대 위에 올랐다. 행사장에 있던 인도네시아 방송국 PD 눈에 띄어 아침 방송에 출연하고 연예인 가족을 섭외해 함께 영상을 찍는 등 발로 뛰며 시장을 개척했다. “작은 무대에선 제가 직접 인형 탈을 쓰고 춤을 추기도 했어요. 아이들뿐 아니라 20~30대도 떼창을 하며 춤을 따라 춰서 백댄서가 필요 없을 정도였죠.” 아기상어의 인기를 목격한 인도네시아 쇼핑몰이 한 달 내내 공연을 해달라 제안했고, 이는 동남아·중동·미국 등 뮤지컬 투어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아기 상어가 한국 대표 캐릭터로 참가했다. /로이터

지금이야 짧은 콘텐츠가 대세가 됐지만, 10년 전 어린이용 콘텐츠는 TV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주를 이뤘다. 해외 배급사들은 “이렇게 생소한 포맷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사도 없고, 노래와 율동 위주의 1~3분짜리 콘텐츠를 소개하면 다들 낯설어했죠. 저희가 어린이용 숏폼 콘텐츠의 포문을 연 것 같아요.”(주혜민)

90년대생인 두 사람은 ‘대이직의 시대’에도 10년간 더핑크퐁컴퍼니의 성장을 함께해왔다. “처음엔 인턴 경력을 쌓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회사가 ‘스마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광고 효과나 영상의 성과를 바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보면서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죠.”(권빛나) “10년 전에 이미 재택근무가 활성화됐고, 기술팀에서 자잘하게 손이 많이 가는 업무들도 자동화를 해주셨거든요. 스마트하고 열정적인 직원들을 보면서 ‘오래 다녀도 되겠다’라고 느꼈죠.”(주혜민)

효율적인 업무 스타일처럼 잘 만든 IP 하나를 360도로 활용하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유튜브·TV는 물론 완구·음원·공연·영화까지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식이다. 협업한 회사만 해도 국내외 500여 사. 아이들의 모든 일상에 함께하는 ‘한국의 디즈니’가 되는 게 목표다. 권 이사는 “디지털 미디어 시장을 뒤흔든 ‘메기 IP’를 기반으로 사업화 전략을 다각화해 100년 넘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가꿔 나가겠다”고 했다.

☞더핑크퐁컴퍼니

2010년 ‘스마트스터디’라는 이름으로 설립해 해외에서 ‘아기 상어’ 열풍을 일으킨 콘텐츠 기업. 25개 언어로 6000여 편의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아기 상어 체조’ 영상은 유튜브 사상 최초로 100억 뷰를 돌파했다. 2022년 타임(TIME)지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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