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 가치보다 눈앞 표…총선 개발공약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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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야가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재건축 공약이 발표된 노후 신도시는 벌써 땅값이 들썩인다고 한다.
기후위기 공약이 마음에 들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정당·후보에게 투표를 고려하겠다는 의견이 60%를 넘었다.
눈 앞의 표 유혹을 떨치고 지속가능한 국토를 넘겨주는 공약을 1순위로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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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국토 보존할 정책 부족
정부와 여야가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민생토론회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 339㎢(약 1억300만 평) 해제를 약속했다. 부산 땅 덩어리의 44%에 달하는 크기다. 닷새 전에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화끈하게 풀겠다고 밝혔다. 환경가치가 뛰어난 녹지에 주택·공장을 세울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철도 지하화 등 여야가 다르지 않다. 탄소 배출이나 난개발 논란이 큰 부동산 공약이 차고 넘친다. 상당수는 집값 상승 욕망을 자극한다. 반면 인류의 고민인 기후위기 극복 공약은 찾기 힘들다. ‘한 표’를 얻으려 미래세대의 자산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녹지는 한 번 망가지면 원상 복원이 불가능하다. 국토 정책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곧 해제할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전국에 걸쳐 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46㎢(약 1400만 평)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국토의 허파인 그린벨트도 “전면 개편” 의지를 피력했다. 장기간 토지규제에 시달린 주민의 고통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변화된 환경에 맞게 조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나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 개발 수요와 투기 가능성까지 고려해 순차적으로 ‘핀셋’ 해제를 해도 부작용이 큰 게 부동산 정책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재건축 공약이 발표된 노후 신도시는 벌써 땅값이 들썩인다고 한다. 전광석화처럼 꺼낸 “역대 최대규모”의 규제 해제가 어떤 후과를 낳을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여야가 선거를 앞둔 시기에 개발 정책을 남발하는 건 우려스럽다. 재원 마련 계획도 없이 표 되는 건 마구 던지는 의도가 무엇인지 유권자가 모를 리 없다. 미래를 살릴 탄소중립 이슈는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국민의힘이 27일 기후위기 극복 재원을 올해 2조4000억 원에서 2027년 5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게 그나마 눈에 띈다. 무딘 정치권과 달리 유권자는 기후위기에 민감하다. 환경단체 ‘기후정치바람’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전국 1만7000명)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가장 심각한 사회적 도전 과제’로 인구위기(58.3%)와 기후위기(20.0%)를 꼽았다. 기후위기 공약이 마음에 들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정당·후보에게 투표를 고려하겠다는 의견이 60%를 넘었다.
우리는 첨단산업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질문 10∼50개에 답하려면 막대한 전기뿐 아니라 물 500㎖를 소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치가 신음하는 지구에 응답하지 않으면 인류 미래도 없다. 눈 앞의 표 유혹을 떨치고 지속가능한 국토를 넘겨주는 공약을 1순위로 검토할 때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거나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기후 유권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총선 후보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일주일에 한 두번꼴로 대형 개발프로젝트를 내놓는 대통령실의 자중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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