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중국의 펑차오 시스템 소환

허행윤 기자 2024. 2.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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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혼란의 시대였다. 숱한 인명이 이념의 잣대로 스러졌다. 1960년대 중국 대륙이 그랬다. 동네마다 마을마다 태풍이 불어닥쳤다. 이른바 문화혁명의 시작이었다.

당시 저장성의 한 농촌에선 이런 일도 벌어졌다. 주민들이 불만이 있는 이웃을 감시하며 질서를 유지했다. 경찰(공안)을 대신한 상호감시체제였다. 그들은 조용하면 치안이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성공적인 사례로 중앙에도 보고됐다.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가능했다.

마오쩌둥 주석이 극찬했다. 1963년이었다. 그 마을의 이름은 펑차오(楓橋)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같은 치안 방식을 마을의 이름을 붙여 ‘펑차오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중국이 요즘 이 시스템을 소환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펑차오 시스템으로 선정된 기관·단체 대표들을 만났다. 시 주석은 이들에게 더욱 분발해 평안한 중국을 건설해 달라고 주문했다. 중국 공산당의 공안기관 지휘 사령탑인 중앙정법위원회도 가세했다. 전국 104개 기관·단체를 이 시스템으로 선정했다. 런민일보는 최근 이 소식을 1면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올해는 마오 주석이 펑차오 시스템을 강조한 지 60년째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마오 주석 시대에 탄생한 펑차오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60년 전의 치안관리 방식을 복원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석차 저장성 방문 당시 사오싱시의 펑차오 전시관을 찾아가 펑차오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펑차오 시스템은 1960년대 대중 동원 방식이다. 대중에 의존하며 국가의 모순을 위로 넘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구조다. 중국 공산당은 모순을 해결하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좋은 방법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씁쓸하다. 디지털 시대인데도 중국의 통치 방식이 아날로그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어서다. 아무리 곱게 봐도 펑차오 시스템은 뜬금없는 이상한 복고풍인데 말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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