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무엇이 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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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 앞에 늘어선 카페들 사이에서 나는 그날의 목적을 더듬어보곤 했다.
급히 원고를 써야 한다거나 업무 때문에 노트북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날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를 이용했다.
지인과 수다를 떨고 싶을 땐 커피향이 좋고 디저트류가 다양한 개인 카페를, 어딘가로 서둘러 이동하며 머리끝까지 카페인을 채워야 할 땐 저렴한 가격대의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이용했다.
작가 되기를 결심했던 그날처럼 무엇이 될 결심, 그것만으로 충분한 순간이 분명 존재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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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앞뒀던 어느 날이 떠올랐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내내 망설이고만 있었다.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할지 적당한 곳에 취직해 원만한 삶을 꾸려갈지 고민이었다. 작가 되기와 원만한 삶은 어떻게 해도 병립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게는 별다른 재능이 없었으나 작가가 되고 싶었고, 마냥 꿈을 좇기엔 가난이 두려웠다. 나는 앞으로 내가 상실하게 될 것들의 목록을 길게 작성했다. 주말이 있는 안정된 삶과 월급과 노후준비 같은 것들이 내가 제일 먼저 잃게 될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라고 나는 썼다. 그럼에도, 가난한 잉여인간이 될지라도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무모한 마음이 나를 지금에 이르게 했다.
그러고 보면 좋은 무엇, 훌륭한 무엇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망설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하게 해내고자 애쓰는 마음이 오히려 아무것도 결심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도. 이리저리 결괏값을 재보며 지레 포기했던 일들이 떠올라 새삼 아쉬워졌다. 작가 되기를 결심했던 그날처럼 무엇이 될 결심, 그것만으로 충분한 순간이 분명 존재했을 테니 말이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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