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관의 딜 막전막후] HMM은 '진짜 선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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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은 건설업과 비슷한 점이 많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의 매각이 시급했던 건 이런 해운업의 특성 때문이다.
HMM은 또다시 선장 없이 어떻게든 항해를 이어가야 한다.
해운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해진공이 HMM 경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란 말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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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2월 27일 오후 5시 36분
해운업은 건설업과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업황에 따라 사업의 변동성이 높다는 게 가장 큰 공통점이다. 그래서 10년 뒤를 내다보는 과감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불황기엔 대규모 투자를, 호황기엔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업종을 ‘오너 비즈니스’라고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임기 동안의 단기 실적이 중요한 전문경영인이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중장기 의사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
매각 과정에서 더 커진 불확실성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의 매각이 시급했던 건 이런 해운업의 특성 때문이다. 2016년 채권단 관리체제로 전환된 HMM은 7년간 주인 없는 회사로 운영돼왔다.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서 해운업 호황기를 맞은 HMM은 기초체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선장’이 부재한 HMM에선 향후 10년을 내다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을 하지 못했고,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더뎠다. 잉여 현금은 곳간에만 쌓아뒀다.
1년 전 HMM 경영권 매각 작업이 시작된 배경이다.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작년 2월 매각 자문사 선정 공고를 냈다. 1년 동안 진행된 매각 과정이 결국 이달 무산되면서 HMM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길고 길었던 HMM 매각 작업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해양수산부와 해진공이 애초 매각 의지가 없었다는 얘기부터 하림의 욕심과 선을 넘어서는 M&A 전략이 화를 자초했다는 말도 나온다. 1조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부터 딜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있다.
해운업황은 급변하고 있다. 호황기를 지나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해운동맹도 재편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지난달 HMM과 함께하던 해운동맹을 떠나기로 했다. 2025년부터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손잡기로 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HMM에 별다른 대책은 없다.
정부 주도 M&A에서 얻은 교훈
HMM은 또다시 선장 없이 어떻게든 항해를 이어가야 한다. HMM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해진공과 해수부 등의 입김에 휘둘리는 한 10년을 내다보는 과감한 의사결정은 어렵다. 해운 전문가로 이뤄진 경영진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지만 요원하다. 해운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해진공이 HMM 경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란 말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다시 매각 작업을 한다고 해도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HMM의 시가총액은 13조원에 달한다. 오는 4월부터 내년까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가 줄줄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더 비대해진다. 매각 대상인 정부 측 보유 지분은 71%까지 늘어난다. 매각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은 그대로 두고, 산은 보유 지분만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번 매각 협상 과정에서 해진공과 해수부가 HMM을 판 뒤에도 계속해서 HMM 경영에 개입하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낸 게 치명적이다.
매각 작업은 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서둘러야 한다. 선장이 없는 배는 결국 가라앉는다. 이번 매각 무산이 남긴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정부가 매각 이후에도 경영 간섭을 고수하는 한 HMM 매각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영권 없는 경영권 매각’에 누가 수조원을 투입하겠는가. 국가 해운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HMM의 매각 실패는 한 번으로 족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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