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told] “국민 정서 고려했다” 황선홍 감독의 ‘투잡’이 과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일까?
[포포투=정지훈(신문로)]
“국민 정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정해성 위원장이 황선홍 감독에게 ‘투잡’을 맡기면서 국민 정서를 언급했다. 과연 황선홍 감독의 겸임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일까?
대한축구협회(KFA)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3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해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에는 국내 지도자를 후보에 놓고, 정식 감독 선임에 무게가 실렸지만 3월 A매치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결국 임시 감독 체제로 가기로 결정했고, 황선홍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게 됐다.
정해성 위원장은 “대한축구협회는 다음 달 있을 월드컵 예선 2경기를 맡을 감독으로 황선홍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에서 2경기만 임시 체제로 가는 상황에서 K리그 현역 지도자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이 과정에서 후보 3명이 압축됐다. 우선순위 1순위가 황선홍 감독이었고, 2차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협회와 소통했고, 25일 황선홍 감독에게 제의를 했다. 황 감독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결국 어제 수락했다”고 발표했다.
또 다시 비상식적이다. 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부터 약 1년 동안 비상식적인 선택을 해왔다. 이후 아시안컵에서 최악의 행보를 보이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지만, 협회의 행보는 크게 바뀐 것이 없었다.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전력강화위원회를 개편했지만, 감독 선임 1차 회의에서 홍명보, 김기동, 김학범 등 현직 K리그 감독들을 후보에 올리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여론이 악화되자 홍명보, 김기동, 김학범 감독 모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비공개로 진행된 2차 회의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24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정식 감독이 아닌 임시 감독 체제로 3월 A매치를 치르고, 이후에 확실한 선임 과정을 통해 정식 감독을 선발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3차 회의에서는 임시 감독 체제에 대해 논의가 나왔고, 논의 끝에 황선홍 임시 체제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때 정해성 위원장은 “1차 회의와는 달랐던 것은 국민 정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K리그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조급하게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것보다는 임시 감독에 무게를 뒀다. 사실 1차 회의에서는 2경기만 맡을 지도자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는데, 이후 국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고 답했다.
국민 정서를 고려했다고 말한 정해성 위원장이지만, 과연 황선홍 감독의 ‘투잡’을 국민들이 반기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아니. 팬들은 황선홍 감독의 겸임을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의 임시 감독 선임을 발표하는 협회 공식 채널의 댓글만 봐도 답은 나온다.
이유는 분명하다. 자칫 잘못하면 최악의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은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올림픽 대표팀의 수장이다.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4월 파리 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그 전에 3월 A매치 기간 중동에서 열리는 친선대회에 참가해 마지막 점검에 나선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은 이 친선대회가 아닌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별도의 임시 코치진을 꾸려 태국 2연전을 치른다. 수장 없이 최종 모의고사를 치러야 하는 올림픽 대표팀이고, 자칫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올림픽 대표팀은 U-23 챔피언십에서 일본, UAE, 중국과 한조에 묶였다. 대회 3위까지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받을 수 있는데, 조별리그부터 죽음의 조에 배치됐다. 올림픽 진출을 위해 전력투구를 해도 모자를 판에 A대표팀까지 겸임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A대표팀도 여러 문제가 남아 있다. 당사자끼리 화해는 했지만 여전히 선수단 내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고, 명단 발표부터 태국 원정까지 쉽지 않은 일정이다. 이런 이유로 팬들이 황선홍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긴 협회의 결정에 거센 비판의 의견을 보내고 있는 것이고,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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