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정은]민폐부터 불법행위까지… 공연장 내 ‘관크’ 논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5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 오른 연극 '와이프' 공연 도중 객석에 앉은 한 남성 관객이 망원렌즈가 장착된 DSLR 카메라를 꺼내 연속 촬영에 나섰다.
곧바로 연극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회차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이른바 '관크(관객 크리티컬·관람을 방해하는 무례한 행위)'로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후기글을 남겼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관크 테러’는 공연장뿐만 아니라 영화관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2022년 12월 말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 3D관에선 일명 ‘초장 사태’가 벌어졌다. ‘아바타: 물의 길’을 보러 온 한 관객이 포장 회와 소면 등을 가져와 초장에 찍어 먹는 바람에 초장 냄새가 상영관에 진동한 것. 게다가 “쩝쩝” 요란한 소리를 내며 먹는 바람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당시 ‘역대급 관크’라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영화관에서 어떤 음식까지 취식이 가능한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2015년 본보에선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라는 타이틀의 시리즈 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 그해 5월의 주제는 ‘문화 예절’이었다. 당시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로서 공연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관크’ 세태를 기사(본보 2015년 5월 8일자 A14면 참조)로 전했다. 블루스퀘어·LG아트센터 등 서울 주요 공연장의 하우스매니저(객석·로비 관리 총괄)들이 전한 관크의 실상은 이랬다. 연말 연초 회식 후 송년회와 신년회 형식으로 단체 관람을 하러 온 회사원들이 종종 저지르는 ‘객석 내 음주 오바이트 관크’, 겨울철 난방을 돌리는 공연장 내에 가죽 롱부츠를 신고 온 관객들이 불이 꺼진 후 부츠를 벗고 관람하면서 주변 관객들이 가죽 및 발냄새로 고통을 호소하는 ‘발냄새 관크’ 등이 있었다. 2012년 뮤지컬 ‘엘리자벳’ 초연 때는 관크로 인한 관객 간 다툼으로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 당뇨병 환자였던 60대 여성 관객이 공연 중 쿠키를 먹었다가 옆자리의 20대 관객이 인터미션 때 직접 항의하는 과정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큰 싸움이 난 것. 결국 경찰이 출동해서야 사건은 마무리됐다.
최근 KBS교향악단 유튜브 채널에 2000년 방영 드라마 ‘태조왕건’의 편집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궁예-레퀴엠’이란 제목의 34초 분량의 영상이다. 극중 “누구인가? 지금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라는 대사 자막에 ‘공연장’을 덧붙이며 공연장 매너를 꼬집었다. 2주 만에 조회수 64만 회를 넘긴 해당 영상엔 “관크 저격까지 완벽했던 영상”이란 평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관크’ 민폐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불편함이 반영된 반응으로 보인다. ‘관크’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도, 그럴 기준도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은 주변 관객들을 위한 배려 있는 행동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K문화의 수준만큼이나 우리 국민의 문화적 매너의 위치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설훈, 탈당 “이재명은 연산군…어떻게 교도소 안갈지만 생각”
- 민주, 종로에 盧사위 곽상언 단수공천…중·성동을 박성준·정호준 경선
- ‘공천배제’ 임종석 “이렇게 가면 총선 이기나…재고해달라”
- 작년 4분기 출산율, 사상 첫 0.65명 쇼크…10년 만에 출생아 반토막
- 대통령실 “의협 대표성 갖기 어려워…350명 증원? 정부가 결정할 사안”
- 보이스피싱 탐지력 테스트 : 미끼 문자를 찾아라!
- 몸의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팔다리가 저리다
- 대통령실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광역 6개·기초 43개 지정”
- “탁!탁! 칫솔터는 소리 생활소음이냐” vs “스토킹 하느냐?”[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원희룡, 계양산시장 한복판에 후원회 사무실…“주민과 가까이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