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친환경 다 잡았는데…“보여야 가죠” 확 쪼그라든 ‘리필 매장’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4. 2. 2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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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샴푸·세제 리필' 전도사로 나선 가운데, 유통업계의 리필 스테이션(매장)은 이벤트성으로 일시적으로 운영되다가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1년 1월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화장품 리필 매장을 화장품 조제관리사 없이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난달 24일부로 2년간의 시범사업마저 종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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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스킨·로션 리필 매장
조제관리사 규제에 발목 잡혀
마트내 세제 리필 19곳→4곳
편의점은 세븐일레븐 3곳뿐
소비자 접근성 떨어져 안 찾아
리필 매장인 ‘알맹상점’의 모습. [사진 출처=알맹상점 인스타그램]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샴푸·세제 리필’ 전도사로 나선 가운데, 유통업계의 리필 스테이션(매장)은 이벤트성으로 일시적으로 운영되다가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낄만한 낮은 접근성과 엄격한 화장품 소분판매업 규제로 빚어진 일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내 리필 매장은 최대 19곳까지 생겨났지만, 현재는 4곳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대형마트 매출 1위인 이마트 내 에코 리필 매장은 지난 2020년 서울 왕십리점에 처음 선보인 이래 2022년까지 13개의 점포로 운영됐으나 현재는 2곳의 점포만이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에코 리필 매장은 이마트·슈가버블·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협업해 대형마트 최초로 선보인 ‘세탁세제·섬유유연제 리필 자판기’를 갖춘 매장이다. 전용 리필 용기만 있으면 친환경 세제, 섬유유연제를 충전해 구매할 수 있어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환경보호에 쉽게 동참할 수 있어 초기 소비자의 반응이 좋았다.

지난 2021년 12월 서울 월드컵점을 시작으로 홈플러스는 리필 매장인 ‘제로마켓’을 합정점, 신도림점 등 총 4곳에서 운영했지만, 지금은 모두 문 닫았다. 서울시와 협력해 진행한 사업인데, 사업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에선 과자 리필 매장과 샴푸 리필 매장이 제타플렉스 잠실점에 각각 1곳씩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편의점 업계에선 지난 2021년 산천점에 리필 매장을 선보인 세븐일레븐이 전국에 3곳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매출 1위인 GS25가 지난 2021년 3월 업계 최초로 건국점에서 선보인 리플 매장도 2021년 말 문을 닫았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함께 했던 뉴질랜드 친환경 세제 브랜드인 ‘에코스토어’가 철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필 매장이 대거 쪼그라든 것은 소비자들이 리필매장을 찾기 어렵고, 전용 용기 구매와 유통기한 등 상품 정보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리필 매장 이용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1.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반면 불만으로 △유통기한 등 상품 정보 확인 불가(24.3%) △전용 용기 구매 (21.1%) △품절‧구매 불가(16.4%) △위생‧안전 관리 미흡(13.2%)을 꼽았다.

리필 매장인 ‘알맹상점’의 모습. [사진 출처=알맹상점 인스타그램]
특히 화장품 리필 매장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규제 역시 매장의 확대를 막고 있다. 현행법상 화장품을 리필하는 곳에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가 상주해야 한다. 화장품을 용기에 소분·충전하는 행위도 법령상으로 제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격증 시험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지난 2022년까지 총 7차례 치러진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의 평균 합격률은 19.4%에 불과하다.

지난 2021년 1월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화장품 리필 매장을 화장품 조제관리사 없이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난달 24일부로 2년간의 시범사업마저 종료된 상태다.

리필 매장의 표준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알맹상점도 최근 시범사업이 종료되면서 운영 중인 두 곳의 매장 중 하나인 서울역점에 화장품 조제관리사를 배치했다. 다만 해당 직원이 퇴사할 경우 다시 자격증 소지자를 고용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 놓인 전국 화장품 판매장은 241곳이다.

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유럽에서는 리필 매장 운영에 별도의 규제를 두고 있지 않아서 상당히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국내에도서 화장품 리필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 이후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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