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요구에 팔 자치정부 내각 일괄 사의…아바스 수반은 모르쇠

19년간 서안지구 통치…부패·무능에 고령인데도 퇴진 거부

무함마드 쉬타예흐 총리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내각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개혁 요구에 일괄 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권력 정점에 있는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사진)은 쏟아지는 퇴진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료 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력한 통치 주체로 거론되는 자치정부의 ‘반쪽 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와파통신은 26일(현지시간) 쉬타예흐 총리 등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각료 전원이 아바스 수반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쉬타예흐 총리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예루살렘의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된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가자지구의 새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자치정부 내각 일괄 사의를 국제사회가 요구한 개혁에 부응하려는 조처라고 분석했다. 미국 등 서방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끝나면 하마스를 사실상 축출하고 자치정부가 가자지구 통치를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서 자치정부가 부패와 무능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신뢰를 잃은 현 상황을 쇄신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자치정부 권위 훼손을 자초한 아바스 수반의 ‘유체이탈’ 행보가 개혁 진정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바스 수반은 이날 성명을 내고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쉬타예흐 총리가 임시로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을 뿐, 실정에 대한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쉬타예흐 총리 사임과 상관없이 아바스 수반은 여전히 자치정부 핵심 인물로 남아 있다”며 “어떤 총리가 오더라도 아바스 수반 아래에선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할 여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NYT에 따르면 아바스 수반의 경제고문을 지낸 무함마드 무스타파가 후임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무스타파는 정치적 기반이 빈약한 데다 그 또한 아바스 수반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개혁을 이끌 적임자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팔레스타인 정책연구센터 조사를 인용해 “팔레스타인인 88%가 아바스 사임을 원하고 있다”며 “89세 고령인 그가 팔레스타인 정부 수장으로 계속 남는다면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바스는 2005년 1월 수반 자리에 오른 뒤 19년 동안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특히 2006년 이후엔 선거조차 치르지 않고 권력을 쥐고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