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이 돌아왔다
다만 2023~2024시즌엔 정지석의 이름값에 못 미쳤던 게 사실이다. 국가대표에 다녀오면서 당한 허리부상으로 시즌 개막전부터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2라운드까지 통으로 쉰 정지석은 3라운드에서야 처음 선을 보였지만, 그의 경기력은 한창 좋을 때에 비해 한참 떨어져있었다. 타점과 파워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파이프(중앙 후위공격)를 보기는 쉽지 않았고, 서브 감각도 많이 떨어져있었다. 허리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지석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몸상태가 정상화되면서 최근 들어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2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한국전력전을 앞두고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정)지석의 몸이 좋았을 때와 비교해 지금이 어느정도라고 수치화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그전보다는 확실히 올라왔다. 몸 만들 시간을 급하지 않게 충분히 줬고, 플레잉 타임도 조금씩 늘려갔다”라면서 “최근엔 (정)지석에게 서브나 공격에서 더 끌어올려야할 때라고 얘기했다. 확실히 올 시즌 처음 코트에 나섰을 때보단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틸리카이넨 감독 말대로 한창 좋았을 적의 상태로 수렴해가고 있는 정지석은 이날 자신이 왜 현역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로 꼽히는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2세트에는 다소 잠잠했던 정지석은 승부를 결정지은 세트 막판 또 한번 반짝반짝 빛났다. 22-21에서 곽승석의 서브를 받은 임성진의 리시브가 그대로 넘어온 것을 다이렉트 킬로 처리했고, 이어진 랠리에서 뒤에서 어렵게 날아온 이단연결된 공을 한국전력 코트에 꽂아버렸다. 단숨에 세트 포인트에 도달한 대한항공은 타이스의 서브 범실로 손쉽게 2세트도 가져왔다.
3세트엔 다소 잠잠했던 강서브가 다시금 폭발했다. 11-11에서 강서브가 한국전력 리시버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코트 사각에 떨어졌고, 20-18에선 한국전력의 리시브를 크게 흔들었고, 쉽게 넘어온 공을 한선수는 김민재의 속공으로 엮어냈다. 이어 날린 서브도 에이스가 되진 않았지만 한국전력이 겨우 넘겨야만 했던 공을 곽승석이 퀵오픈으로 손쉽게 득점을 일궈내며 점수차를 22-18, 4점차로 벌렸다.
승부처에선 확실히 대한항공이 우위였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한 뒤 27-27에서 무라드가 한선수의 오픈 백토스를 특유의 타점으로 코트에 공을 꽂아냈고, 이어 김민재가 타이스의 파이프 공격을 블로킹해내며 3-0(26-24 25-22 29-22) 승리를 완성해냈다.
이날 정지석의 성적표는 서브득점 4개 포함 17점. 1세트엔 75%에 달했던 공격성공률이 경기를 마쳤을 땐 56.62%까지 떨어졌지만 충분히 팀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성공률이었다. 무라드는 양팀 통틀어 최다인 22점(공격성공률 55.88%)을 올렸다.
한국전력은 타이스가 15점을 올리긴 했지만, 공격 성공률이 39.39%에 불과한 게 컸다. 임성진도 막판 서브에이스 3개를 빼면 공격 득점이 단 3개, 성공률도 33.33%에 그쳤다.
승점 3을 추가한 대한항공은 승점 64(21승11패)로 2위 우리카드(승점 59, 20승10패)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반면 한국전력(16승16패)은 승점 47에 그대로 머물며 3위 OK금융그룹(승점 50, 17승14패)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실패했고, 5위 삼성화재(승점 44), 6위 현대캐피탈(승더 44)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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