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발맞춰 의결권 기준 세운 행동주의 펀드

KCGI운용 “주주환원율·ROE 등
기준에 못 미치면 적극 반대 행사”
‘집안싸움’ 고려아연 주총 첫 적용
주요 안건 영풍 손 들어주기로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KCGI자산운용이 투자한 기업의 주주 환원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의결권의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정부의 ‘밸류업 강화방안’ 발표에 발맞춘 행보다. 최근 ‘집안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고려아연 주총에서 이 기준을 처음 적용해 사측과 대립 중인 대주주 영풍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한 주주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KCGI자산운용은 주주 환원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기준에 미달하는 투자 기업의 주총 안건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행사하는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사 선임과 재무제표 승인, 이사의 보수 한도 승인 등 3개 안건에 반대의견 행사를 원칙으로 하되 업황에 대한 고려 및 회사의 설명이 있을 경우 등에는 운용부문 내부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KCGI자산운용 측은 “그동안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에 의존해 의결권을 행사해 왔으나 주주이익 관점에서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아쉬움이 있었다”며 “새 기준을 적용하면 투자 기업 중 약 50% 이상 주총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KCGI자산운용은 먼저 내달로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새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고려아연은 75년간 동업을 이어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간 집안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고려아연 사측은 주당 배당금 5000원과 함께 신주 발행을 외국 합작법인만 대상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정관 삭제를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는데, 영풍 측은 주당 배당금을 1만원으로 올리고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KCGI자산운용은 “정관 변경으로 일반 주주가치의 희석이 우려된다”며 반대의견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영풍 측의 주당 배당금 1만원에도 찬성 의사를 보였다.

고려아연 사측은 영풍 측의 배당금 인상 요구에 “이미 주주환원율(기업의 순이익 중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에 쓴 돈)이 76.3%로 다른 기업 대비 높은 수준인데, 영풍이 배당 수익을 늘리려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아울러 다른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도 새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와 리노공업, CJ대한통운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