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불법 이민자 쳐내? 품어?…같은 날 국경 달려간 두 대선후보 대답은

바이든, 강경 이민정책 검토
트럼프, 국경정책 실패 비난
‘바이든 지지’ 젊은층 이탈
美공화 전국위 의장 곧 사임
트럼프 당 장악력에 마침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사진출처 = 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남부 국경지역을 동시에 방문해 이민 정책을 놓고 충돌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멕시코만 인근의 텍사스주 브라운즈빌 방문을 예고했다.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브라운즈빌에서 520㎞ 정도 떨어진 국경 도시 이글패스를 찾아간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동일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텍사스주 남부 국경을 나란히 방문하는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을 갖는다.

월간 단위로 역대 최대인 32만2000명이 작년 12월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등 이민정책은 차기 대선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브라운즈빌에서 국경순찰대원, 법집행관, 지방정부 관계자 등과 만나고 국경통제 강화방안을 포함한 안보 패키지 예산의 미국 의회 통과를 촉구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기조를 바꿔서 이민정책을 강화하는 행정명령도 검토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이민자가 일주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5000명을 초과하거나 일일 8500명을 넘을 경우 국경 폐쇄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텍사스 남부 국경지역을 같은 날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애초에 계획했던 일정”이라며 “몰랐던 것은 나의 좋은 친구가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선 경선보다는 본선에 집중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텍사스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정책 실패를 강도높게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에 대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면서 남부 국경장벽 강화, 출생 시민권제 폐지, 대규모 불법 이주민 추방, 이슬람국가에 대한 입국 금지 확대 등의 강경 이민정책을 공약한 바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 하원은 지난 23일 국경통제 실패 책임을 물어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대선 이슈로 끌고가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 이탈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 제너레이션랩이 이달 3∼14일 전국적으로 18∼34세인 1073명에게 여론조사한 결과(오차범위 ±3%포인트), 바이든 대통령은 52% 지지율을 얻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48%)을 근소하게 앞섰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Z세대(당시 18∼23세)와 밀레니얼 세대(24∼39세)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20%포인트 넘는 차이로 적극 지지한 것과 비교된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아랍권 민심도 멀어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미시간주 경선이 27일 치러지는 가운데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친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지지후보 없음에 투표하자’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미시간주가 11월 대선 판세를 결정짓는 경합주이기 때문에 캐스팅보트인 아랍계 민심 이반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치명타일 수 있다.

공화당의 대선 선거운동을 지휘할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로나 맥대니얼 의장은 내달 사임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임 의장 자리에 노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위원장인 마이클 와틀리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차남 에릭 트럼프의 아내인 라라 트럼프를 공화당 전국위 공동의장으로 희망하는 등 당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