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나토 32번째 회원국으로…'자업자득' 러시아

김효진 기자 2024. 2. 2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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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반대국 헝가리 비준으로 신청 21달 만…마크롱, 우크라 군인 파견 "배제 안 해"

마지막 반대국이었던 헝가리의 승인으로 스웨덴이 신청 1년9달 만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합류한다. 핀란드에 이은 스웨덴 가입으로 러시아는 경계해 온 나토 확장에 맞닥뜨리게 됐다. 발트해가 나토 회원국으로 둘러싸이며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로인 발트해에서의 군사적 운신폭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스웨덴 정부는 "오늘 헝가리 의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발표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로써 "모든 나토 회원국 의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자축했다.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웨덴의 나토 회원국 가입 비준을 위한 헝가리 의회 투표를 환영한다. 이제 모든 동맹이 승인해 스웨덴은 나토의 32번째 동맹국이 될 것이다. 스웨덴의 가입은 우리를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은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안보 위기감이 확산하며 200년 넘게 고수해 온 비동맹 정책을 포기하고 같은 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대부분 회원국들은 스웨덴 가입을 빠르게 승인했지만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는 비준을 미뤘다. 나토 가입을 위해선 기존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튀르키예의 경우 스웨덴이 자국에서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는 분리독립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한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이에 핀란드, 스웨덴, 튀르키예는 2022년 6월 PKK를 테러 조직으로 확인하고 지원하지 않겠다는 3자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지만 튀르키예 의회는 지난달에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했다. 이후 미국은 곧바로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 추가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마지막까지 비준을 거부한 헝가리의 경우 요구 조건이 명시적이지 않았다. 스웨덴이 빅토르 오르반 총리 아래 헝가리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비난한 점 등이 불만으로 제기됐다. 불분명한 이유로 인한 비준 지연으로 나토 내부에서 헝가리에 대한 신뢰가 침식됐다는 평가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 지도자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사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헝가리 의회 가입 승인은 지난 23일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헝가리에 방문해 오르반 총리를 만나 헝가리 공군이 이미 사용 중인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 14대 외에 4대를 추가 공급하고 전투기 제조업체인 사브가 헝가리에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열기로 약속한 뒤 이뤄졌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르반 총리는 "우리는 서로를 위해 싸울 준비, 서로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을 예고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2000년 전후 동유럽 국가 가입 물결 뒤 나토의 가장 의미 있는 확장으로 평가된다. 핀란드 가입으로 러시아와 맞닿은 나토 국경이 1340km 늘었고 스웨덴 가입으로 러시아의 대서양으로 향하는 주요 해상 진출로인 발트해가 러시아를 제외하고 나토 회원국으로 완전히 둘러싸이게 됐다. 발트해 연안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칼리닌그라드의 고립도 심화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스웨덴 합류로 발트해 및 북극 인근에서 러시아 군사 활동 감시가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북극해에 접한 러시아가 북서부 콜라 반도에 2차 공격용 핵무기의 3분의 2를 두고 있다고 짚었다. 또 발트해가 사실상 봉쇄됨으로써 핵무기를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이 탐지되지 않고 공해로 진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러시아가 자국 고립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우호국 벨라루스를 잇는 나토 회원국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 지대 '수발키 회랑'을 점령하려 할 경우 대응 방안을 나토가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며 북해와 발트해에 걸쳐 있는 스웨덴의 가입이 나토 증원군 파견을 훨씬 쉽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명분 중 하나로 나토 확장에 대한 불만을 꼽았던 푸틴 대통령은 침공으로 인해 오히려 확장에 명분을 제공하고 실제 확장을 도운 꼴이 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대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들이 스웨덴이 나토 회원국이 되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직접 군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현 단계에선 지상군 파견을 위한 합의가 없다"면서도 "무엇도 배제돼선 안 된다. 우리는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절대,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은 2년 전에 '전차(탱크), 비행기, 장거리 미사일 (우크라이나 지원도) 절대 안 된다'고 말했던 이들과 같은 이들"이라며 "우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용하다면 뭐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앞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도 몇몇 나토 및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군대 파견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피초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할 준비가 돼 있는 나라가 있고 슬로바키아를 포함해 절대 안 된다는 나라가 있고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나라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관련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체코는 우크라이나에 어떤 군인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통신은 백악관 당국자가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투에 군대를 파견할 계획이 없으며 나토군 파견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헝가리 의회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결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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