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권력 폭주’에 맞선 교수의 저항

기자 입력 2024. 2. 27. 19:49 수정 2024. 2. 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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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은 지금 정치와 돈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자민당 내 파벌들은 각자 정치자금 ‘파티’(모금 행사)를 개최해 기업이나 정치단체가 파티권을 매입하게 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수입의 일부를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뒷돈으로 만들어 계파 소속 의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이것이 발각돼 관방장관 등 4명의 각료가 교체되고, 현역 국회의원들이 검찰에 체포되는 사태로 확대됐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크게 하락했다.

이번 비자금 문제가 드러나게 한 일등공신은 고베가쿠인대학의 헌법학자 가미와키 히로시 교수(65)다. 머리에 감은 반다나가 트레이드 마크다. 가미와키 교수는 2022년 가을 신문기자에게 파벌의 파티권 수입 기재 누락에 대해 듣고, 인터넷상에서 파벌이나 정치단체의 수지 보고서를 확인해 파티권의 구매자와 판매자의 보고 금액이 엇갈리는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그는 사실관계를 정리해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가미와키 교수가 처음 형사고발을 한 것은 2000년이었다. 학생들에게 헌법을 가르치고 논문을 쓰는 것만으로도 바쁠 텐데 왜 고발을 계속할까.

“돈 문제는 정치와 선거를 불공정하게 좌우하고 민의를 왜곡합니다. 그것을 바로잡으려면 직접적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원래 기업이 정당에 주는 헌금을 인정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국비에서 나오는 ‘정당 조성금’도 있다. 특히 여당인 제1당 자민당은 풍부한 자금원을 가지고 있어, 그 돈이 민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가미와키 교수는 지적한다. 그 위기감의 밑바탕에는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한다.

“내겐 ‘권력은 항상 폭주한다’는 위기감이 있습니다. 일본은 침략 전쟁을 일으킨 것을 반성하고 국민 주권과 의회제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일본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민주주의가 없는 곳에서는 권력이 폭주하고 폭주한 권력이 전쟁을 일으킵니다. 헌법이 내세우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이번 비자금 논란의 결과로 자민당은 ‘정치쇄신본부’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계파를 돈과 결별한 정책집단으로 규정하고, 정치자금 파티 개최는 금지한다고 한다. 이 움직임을 가미와키 교수는 어떻게 볼까.

“자민당의 대책은 -100점입니다. 파티 금지는 당내에서 룰로 만들겠다는 것뿐입니다. 자민당은 그간에도 거듭 정치와 돈 문제에 있어 법을 어겨왔습니다. 이제 와서 법도 아니고 ‘규칙을 만들어 지키겠습니다’라고 한들 도대체 누가 믿겠습니까.”

가미와키 교수가 고발을 시작한 지 사반세기(25년)가 된다. 동서고금, 정치와 돈의 문제는 없어진 전례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목표로 하는 상황은 멀고, 그 걸음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면 끝”이라며 “힘든 작업이지만 ‘권력의 폭주를 용납하지 말라’는 생각으로 고발장을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머리에 두건을 감았다. 이렇게 하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서.

마키우치 쇼헤이 전 아사히신문 기자

마키우치 쇼헤이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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