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꼭 쥔 손 놓으려는 두 가문...영풍 VS 고려아연 감정 골 깊어지다
75년 동안 동업한 장·최 가문 찬·반 갈려 치열한 표 대결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그룹은 3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다룰 안건 중 정관 변경 건과 배당금 축소 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며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주주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19일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안과 정관 조항 변경을 추진하는 안 등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현재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 지분이 각각 32%, 33%로 거의 차이가 없어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장외 신경전이 치열하다.
1949년부터 제련(광석을 가공해 금속을 추출하는 공정) 회사 고려아연을 75년 동안 함께 이끌어 온 장씨(영풍)·최씨(고려아연) 두 가문의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영풍그룹 장형진 고문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영풍과 고려아연 등을 함께 세우고 동업해 온 두 가문의 자손이다. 장 고문은 고(故) 장병희 창업주의 둘째 아들이고 최 회장은 고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로 그동안 장씨 일가가 영풍그룹을 맡고,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해 두 집안 간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조목조목 비판 나선 영풍...재반박 나선 고려아연
이날 영풍은 주총 안건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정관 변경. 고려아연은 현행 정관에서 '경영상 필요시 외국의 합작법인'에만 제3자 신주발행을 허용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안을 주총에 올렸다. 영풍 관계자는 이날 "고려아연은 표준 정관에 따른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라며 "실제로는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없애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 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정관이 바뀌면 유상 증자를 통해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일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당금 축소에 대해서도 영풍은 "최근 수익성 감소 및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 증자 등으로 배당해야 할 주식 수가 늘어 주주 환원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1주당 5,000원을 결산 배당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앞서 지난해 반기 배당금 1주당 1만 원을 배당했는데 2022년(1주당 2만 원)에 비해 배당금이 줄었다고 영풍은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주주환원율(기업의 순이익 중 자사주 매입과 배당급 지급에 쓴 돈)이 76.3%로 다른 기업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영풍 측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도 곧바로 자료를 내고 "(정관 변경안은) 현행 표준 정관에 따라 상법, 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이라며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거나 불리해지는 사정은 특별히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배당과 관련해서도 "영풍의 주장은 주주권익이 아니라 배당금이 축소되면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2023년 시작된 가문 간 지분 경쟁
두 집안의 갈등이 도드라진 건 지난해부터다. 2022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뒤 두 집안의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최 회장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화, LG, 현대차 등의 해외 계열사를 참여시키며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본인 지분은 1.75%이지만 우호 지분을 합하면 33%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8일 기준으로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분 25.15%를 가진 최대 주주이고 장 고문 측 지분 등을 더하면 장 고문 측은 약 3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다음 달 고려아연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의 의결권 확보를 위해 영풍과 고려아연은 감정싸움도 서슴지 않고 있다. 또 고려아연의 지분 약 8%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이 다. 이날 KCGI자산운용은 고려아연의 3월 주주총회 때 자체적으로 마련한 의결권 행사 기준에 근거해 영풍 쪽 안에 손을 들어주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총에서는 임기가 끝나는 장 고문의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안건과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처리될 예정"이라며 "두 집안의 신경전은 주총이 다가오면서 더 격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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