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과기차관 3人이 지금 당장 할 일

안경애 2024. 2.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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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ICT과학부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2차관과 차관급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교체 인사가 한꺼번에 난 지난 23일 저녁, 과학기술계와 ICT 분야 인사들 사이에 소식이 빠르게 전해졌다. "인성부터 실력까지 꼭 돼야 할 사람이 됐다" "최소 차관은 할 사람"이란 평이 오갔다. 반면 "과연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란 반응도 있었다. 사람들은 축하인사를 보내면서도 담을 표현, 메시지를 문자로 보낼지 메신저로 보낼지까지 신경 썼다. "점잖고 의례적인 표현을 써라" "이왕 보내는데 확실히 친밀한 용어를 써라"는 식의 훈수도 오갔다.

그만큼 신임 차관 3인이 현 시점에 가지는 무게감이 크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시대에 저출산으로 인재는 줄어들고 국가 살림은 쪼그라들었다. 팍팍한 현실 위에서 꿈 같은 미래를 구체화해야 하는 과제가 그들에게 주어졌다.

눈에 띄는 것은 26일 취임한 이들이 첫날부터 현장을 찾아 소통에 나섰다는 점이다. 현장과의 소통, 관계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대형화해 피부에 와 닿는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일성이 반갑다. 3명이 차관 취임 직전 실장으로 함께 근무한 만큼 멋진 호흡을 이뤄 과학기술과 디지털 혁신을 이루겠다는 결의를 보여준 것도 고무적이다. 기술기업 규제 이슈에 대해 "부작용은 정리하되 혁신이 결코 빠져서는 안 된다"는 균형적 방향을 제시한 점도 긍정적이다.

AI가 모든 것을 재정의하는 시대, 미국이 독주하고 있지만 우리의 출발점은 세계 여느 나라들보다는 나은 편이다. AI 기반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면서 AI기업들이 없어서 못사는 반도체 산업을 갖고 있다. '손 위의 AI' 시대를 열어줄 스마트폰도 있다. AI 일상화 시대에는 사람들이 24시간 30㎝ 거리 안에 두고 쓰는 기기를 가진 기업이 사람과 AI 간의 연결점을 바탕으로 힘을 키울 것이다.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이 '넥스트 아이폰' 개발에 공들이는 이유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토종 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의 힘도 강력하다. AI 두뇌·인프라 전쟁 와중에 초거대 AI 기술과 반도체, 스마트폰, 플랫폼을 아우르는 진용을 갖춘 곳은 우리와 미국 정도밖에 없다. 중국도 부족함이 있다. 우리는 시스템반도체를 키워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삼성이 생태계를 키우고 있고 AI반도체 전문기업들의 약진도 기대된다. AI 기반기술에선 빅테크와의 격차가 있지만 스마트폰이 만든 모바일앱 생태계가 엄청난 기회를 가져왔듯이, AI도 더 큰 기회는 '활용'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그 시장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바탕을 갖췄다.

물론 주어진 환경은 도전적이다. 무엇보다 '쩐의 전쟁'으로 치닫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예산 상황이 암울하다. 국가와 사회 시스템은 고성장 시대에 맞춰 설계돼 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특히 R&D 예산 감축은 산업계와 연구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다년도 정부 R&D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과 연구자들은 턱없이 줄어든 정부 예산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 와중에 정부는 당초 세운 연구목표는 달성할 것을 요구한다. 연구과제를 이어가도, 포기해도 잃는 게 많다. 기업과 연구자들이 손들고 나가면 우리의 기술 경쟁력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공공 IT사업도 곳곳이 지뢰밭이다. 100을 주고 100만큼 일하라고 사업을 기획했지만 정부 예산편성, 국회 심의를 거쳐 예산이 50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돈만 깎이고 일은 그대로다. 상식이 안 통하는 시장이다. 기업들과 근로자들이 지쳐서 포기하고 나간다. 기업과 일할 사람이 없으면 정부 혁신시스템이 어떻게 될지도 자명하다.

정부가 고통을 아래로 전가하기만 하면 그 부메랑은 국가 전체와 미래세대로 돌아온다. 정부도 짐을 나눠야 한다. 덜 것은 덜고 아래에 힘을 실어줄 것은 실어줘야 한다. 알갱이는 챙기고 부스러기들은 포기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불합리를 과감히 털어줘야 한다. 전문기관, 기업들을 관리하고 규제하려 하는 대신 한 팀으로 뛰어야 한다. 그들과 소통해야 현장에서 작품이 만들어진다. 낮은 자세로 뛰며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차관 3인의 '열린 활약'을 기대한다.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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