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점유율 80%…화재 잇따르는 中 전기자전거 괜찮나?
거대 내수 바탕으로 세계 시장 점령…연 생산량 5천만대↑
배터리 불법 개조에 저품질 배터리 사용이 화재 주 원인
중국에서 전기자전거로 인한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거대 내수시장과 가성비를 앞세워 전세계 시장 점유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 중국산 전기자전거의 안전 문제를 짚어봤다.
중국내 전기자전거 화재 사고 지난해 2.1만건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시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23일 오전 화재가 발생해 15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다쳤다. 조사결과 화재는 1층에 세워둔 전기자전거에서 시작됐다.
이 아파트 1층에는 전기자전거 충전이 가능한 보관소가 설치돼 있었는데 소방당국은 자전거 충전 과정에서 전기 과열 또는 누전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중국 내에서는 매년 전기자전거로 인한 화재나 폭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기자전거 및 배터리 고장으로 인한 화재는 약 1만 8천여건이나 발생했고 이로 인한 사망자가 57명이 이른다. 또, 지난해에는 2만 1천여건의 관련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자전거에서 시작된 화재가 다른 곳으로 옮겨붙지 않을 경우 소방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화재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진단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기스쿠터, 오토바이와 함께 전기자전거가 서민들의 주요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2022년 말 기준으로 중국 전기자전거 보급 대수는 무려 3억 5천만대에 달한다.
보급 대수가 많은 만큼 불량품도 많을 수밖에 없지만 이는 이번 난징시 아파트 화재 사건처럼 대형 인명피해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전기자전거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전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중국 매체 36Kr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중국의 전기자전거 생산량은 5,894만대에 달했다. 이 가운데 3천만대 정도가 중국 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해외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역시 이 가운데 하나로 현재 중국산 전기자전거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배터리 개조, 질낮은 배터리 사용 등이 원인
이처럼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자전거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전기자전거 관련 화재와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기자전거 수요가 급증한 미국의 경우 2022년에만 약 110만대의 전기자전거가 수입됐고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전기자전거 화재 소식이 종종 전해진다.
중국산의 점유율이 높은 만큼 중국산 전기자전거가 원인이 된 화재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국산 전기자전거가 모두 화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그 보다는 이동거리와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기자전거의 배터리를 불법 개조한 것이 화재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전기자전거 화재 원인의 80% 가량이 배터리 문제다.
관련 법규에 따라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자전거 배터리 전압은 48V, 제한 속도는 25km/h 이하로 제한된다. 이에따라 이동거리가 겨울에는 하루 60km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기자전거 주 수요층 가운데 하나인 배달라이더들의 경우 하루 최대 150km까지 주행하는 경우가 있어 이동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전압을 60V·72V로 늘리거나 속도제한 장치를 해제하는 경우도 많다.
36Kr은 "비중심 도시 지역의 단일 배송 거리는 10km가 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뒷좌석을 떼어낸 뒤 배터리를 장착해 겨울에도 200㎞ 이상의 주행거리를 달성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배터리 불법 개조 뿐만 아니라 일부 중국 전기자전거 제조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처음부터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저품질의 배터리를 장착하는 것도 화재 발생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최대 전기자전거 배터리 제조업체 싱헝전원의 펑샤오 회장은 지난해 8월 "우리는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3년간 판매 실적은 별로"라고 토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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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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