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에도 꿈쩍않는 전공의…복지차관 "복귀 전공의 꽤 있다"
尹 "2000명 타협대상 아냐"…특례법 달래기
(서울=뉴스1) 이훈철 박혜연 임윤지 김민수 기자 = 29일까지 복귀하지 않을 땐 3개월 면허정지와 사법조치라는 정부의 최후통첩에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당근책으로 제시했다.
전공의의 현장 복귀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특례법 제정이 이탈 전공의 복귀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전공의 집단행동 8일째 정부와 의료계는 진료 유지 명령을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전공의 8939명 이탈…"복귀한 전공의도 꽤 있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9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날(26일) 오후 7시 기준 사직서 제출 전공의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으로 나타났다.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그중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2.7%인 8939명으로 확인됐다. 전날 9006명에 비해 이탈 전공의 숫자가 줄었지만 100개 수련병원 중 1개 수련병원이 자료 제출이 부실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 복귀 움직임도 감지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복귀라는 것이 현장에 다시 왔다는 것을 확인하는 건데 그 확인이 쉽지 않아 정확한 통계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일부 병원별로는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전국 40대 의과대학 가운데 전날(26일) 기준 14개 대학 515명의 의대생이 추가로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돼 휴학 신청 건수는 총 1만2527건으로 집계됐다.
◇진료 유지 명령 vs 공산 독재 국가
정부는 26일자로 수련 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음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전공의에 대해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전공의들의 이탈이 장기화 조짐을 보인 가운데 추가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산독재 정권인 북한에서나 할 법한 주장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보건복지부 차관이 공익을 위해서라면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까지 제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법적 검토를 마쳤다는 발언을 했다"며 "공익을 위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것이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기본권이라는 건 법률에 따라서, 또 공익이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한 부분이고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다.
◇尹 "2000명 타협 대상 아냐"…의료사고 특례법 달래기
전공의 집단행동 8일째에도 정부와 의료계는 한 치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는 의사단체가 대화의 전제로 요구하는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철회는 없다면서도 의료계가 요구한 특례법을 유화책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정부는 국민과 지역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계가 요구해 온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통해 의료계 달래기에도 나섰다. 이날 정부가 공개한 특례법에는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해도 반의사불벌특례를 적용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 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종합보험·공제에 가입 시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한 경우 형이 감면될 수 있도록 했다.
박 차관은 "입법까지 이루어져야 하므로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지만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의대증원을 둘러싸고 경기장 밖에서의 갈등도 계속됐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전공의가 빠진 의료현장을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들에게 의사 업무를 전가하며 불법 의료를 조장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은 명분 없는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와 연세대 등 주요 의과대학 여교수회 등 7개 단체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여성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커지는 의료공백, 불편 감수하던 환자들도 분통…PA 간호사 투입
의정 갈등이 8일째 이어지면서 의료공백의 구멍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나마 병원을 지키는 의료진의 체력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불편을 감수했던 환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이 모 씨(65·여)는 "폐 수술 쪽으로 연결을 안 시켜주고 일단 퇴원한 뒤에 다시 (일정을) 잡으라고 하더라"며 "불편을 넘어서 불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의사들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당장 제 생명이 이렇게 위험한 수준인데 뭐 하는 거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환자 보호자 김 모 씨(61·남)는 "응급실에서도 간호사들이 계속 분주하게 움직이는 등 정신없어 보이더라"며 "우리는 의사들 없으면 죽는데 정부나 의사나 서로 말을 안 듣고 입장을 굽힐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서울대병원에 심장이 좋지 않은 남편과 같이 진료를 보러 온 70대 여성 A 씨는 "수술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합의를) 해야지 너무한 것 아니냐"며 "(휴진하더라도) 돌아가면서 해야지 이렇게 한꺼번에 그만두고 집단행동이 아니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인해 생긴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날부터 진료지원인력,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중 일부를 맡기기로 했다. PA 간호사의 업무가 불법이어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복지부는 "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참여 의료기관 내 행위는 법적(행정적, 민·형사적 책임)으로 보호된다"고 강조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공백을 간호사가 메우는 건 편법이자 꼼수"라면서 "하루빨리 전공의들과 대화해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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