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는 네가 먼저 깼다"…고려아연·영풍, 주총 앞두고 또 장외설전

장우진 2024. 2. 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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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영풍 홈페이지

고려아연과 ㈜영풍이 다음달 19일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장외 설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영풍과 신주 인수권 제한을 풀기 위한 정관 개정을 추진하는 고려아연 간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된다.

㈜영풍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은 정관 변경의 이유로 '표준정관'에 따른다고 내세우지만, 표준 정관은 표면적 이유일뿐"이라며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2022년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 계열사 등에 잇달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전체 주식의 약 10%를,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약 6%의 지분을 외부에 넘겨 총 16% 상당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켰다"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풀어버리면 무차별적인 대대적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주식가치는 더욱 훼손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제3자배정에 따른 신주 발행한도(액면총액 400억원)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 그 실질적인 변경이 없다"며 "상법, 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으로,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거나 불리해지는 사정은 특별히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양측이 동업 관계로 정관 작성 당시 양사의 경영진이 합의 하에 만든 정관을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는 영풍 측의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은 "72년간 최씨와 장씨 두 가문의 동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각자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주주권익 보호가 아니라 영풍 경영진이 '독립경영 체제'라는 동업자간 불문율을 깨뜨리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신의를 져버린 것"이라 일갈했다.

배당금 축소 논란에 대해서도 공방을 이어갔다. 고려아연은 작년 사업연도 현금 배당금이 1주당 1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5000원 줄였지만, 대신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으로 전년(3973억원)보다 많은 4027억원을 주주환원에 썼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은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이 76.3%로 전기(50.9%)보다 높아졌다고 밝혔지만 시가배당률로 따지면 2021년 3.75%, 2022년 3.54%, 작년 3.00%로 감소 추세"라며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은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진데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만성 적자구조에 허덕이고 있는 영풍이 경영실적을 지적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며 "영풍의 주장은 주주권익이 아니라 배당금이 축소되면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고려아연은 자료를 통해 양사의 최근 5년간 경영실적을 비교했다. 고려아연의 영업이익(이하 별도기준)은 2022년 9314억원으로 4년연속 증가한 반면, ㈜영풍은 2021~2022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는 등 최근 5년 중 3개년에서 적자를 봤다.

이런 가운데 ㈜영풍 지분을 보유한 KCGI자산운용은 양측의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영풍 측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반대로 소액주주연대 플랫폼인 액트 측은 고려아연의 현재 주주환원률이 선진국 수준에 부합한다며, 고려아연 경영진 쪽에 힘을 실어줬다.

영풍은 1949년 고(故)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이다. 영풍은 1970년 아연 제련소인 영풍 석포제련소를 세웠고, 1974년 자매회사인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현재 영풍 석포제련소와 전자 계열사는 장씨 가문이, 고려아연과 기타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씨 가문이 각각 경영을 맡고 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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