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CBDC에서 논해야 할 '자유'

김충제 입력 2024. 2. 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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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선현들은 인간사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도전과 응전, 자유로부터의 도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다툼과 도망침을 사랑과 자유의 향유로 바꿀 수 있다면 인류에게 큰 진전일 것이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도 중앙화와 탈중앙화 간의, 국가 간의,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 간의 다툼들 속에 탄생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로 가치가 안정적이며, 지급 및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CBDC는 실물형태의 자산이 아닌 전자적으로 가치가 존재한다.

CBDC의 장점은 통화발행비용 절감, 통화정책의 정교화, 국가 간 무역결제의 신속성을 들 수 있다. 단점은 관계당국이 개인의 쇼핑내역, 이동거리 등 사생활을 자세히 알고 전자지갑 속 CBDC의 유효기간 조절로 혜택과 불이익을 줄 수 있어 디지털 통제사회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차별적 대출과 지원금 지급을 CBDC를 통해 할 수 있어, 이를 통해 또다시 팬데믹 사태가 온다면 문제가 됐던 신체 자기결정권에 반하는 백신 강요도 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있다. 실제 2020년부터 중국은 알리페이를 통해 SNS에서 정부 비판 여부 등에 따라 사회신용점수를 매겨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하고 현명한 권력이 늘 집권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네티즌 대부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CBDC 사용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기술적·법적 실무적 측면이 주로 보도되고 있지만, CBDC를 둘러싼 본질적인 측면은 '자유'이다.

자유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하나는 자신의 내면에서 원하는 것을 취하는 심리적인 의미의 자유이다. 남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지 않으며 생산수단의 소유를 통한 자유를 넘어서는 것으로, 자아실현을 향한 자유이다.

다른 하나는 자아실현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의미의 자유로, 궁핍·무지·질병·탄압 등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여기에 제도와 교육이 논의의 핵심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공권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개인이 사유재산을 가지고 자유롭고 당당할 수 있도록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있다.

화폐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줌으로써 힘이 생긴다는 점에서 권력이다. 그래서 건전한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물가 변동성을 억제하고 화폐 가치를 안정시키는 것은 사유재산 보호와 나아가 '자유'라는 숭고한 가치와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CBDC에 대한 네티즌의 우려, 한국은행 앞에서 벌어지는 CBDC 반대시위, 선출된 권력도 아니면서 세계시민의 삶을 결정하려는 세계경제포럼에 대한 비판은 고무적이다. 예상할 수 있는 억압으로부터 저항하고 있으며, 자유로부터 도피하지 않고 있어 풍요와 자유를 향유하겠다는 건강함이 보인다. 또한 대안도 없으면서 이들을 음모론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경청하는 한국의 금융당국도 지적으로 정직해 보인다.

편리하다는 것이 자유는 아니라는 것, 익명성이 전체주의로부터 개인을 지킬 자유와 연결된다는 것, 익명성과 투명성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한국 사회가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텐데 다가올 미래의 통화제도에 대해 세계와 논의할 때 우리나라가 인간의 자유를 핵심에 두고 리드하길 바란다.

앞으로 블록체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술발전에 의한 제도와 생활양식의 변화로 CBDC 말고도 계속 이슈들이 나타날 것이다. 현황을 쫓는 것에서 리드하려면 한국 사회의 각계가 자유의 개념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희생의 역사, 자유에 반응하는 인간의 본성을 깊이 이해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결국은 많은 사람이 자유를 얻고, 지키고, 누릴수록 창조성이 발현되었고 인류를 풍요롭게 해왔다.

이종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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