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포스텍 교수 "포스코 뛰어넘는 벤처 육성···박태준의 '창업보국' 정신 이어받는 길"
◆ 박성진 교수가 본 '청암 박태준'
초대 이사장으로 연구중심대학 토대 닦아
R&D 고도화·산학협력 위해 아낌없는 투자
포스텍 동문들 창업 벤처기업 300곳 넘어
“산학연이 힘을 합쳐 창업 보국하는 게 ‘청암 박태준 정신’이라고 봅니다.”
박성진 포항공대(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겸 포스코홀딩스 자문역은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빌딩 내 포스코기술투자 사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입학식 때 회장님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교육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셨다”며 “미국에서 8년을 연구하다가 모교의 교수가 돼 면담할 때도 ‘포스코는 국민 기업이다. 제대로 된 공대를 만들어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2011년 고인이 된 청암은 1968년 포항제철을 세우고 25년간 초대 회장으로서 자동차·조선·가전·건설 산업 등의 뿌리가 되는 제철업을 일으켜 세웠다. 당시 국내외에서 ‘기술도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숱한 어려움을 특유의 뚝심과 단호함·추진력 등 뛰어난 리더십으로 풀어냈다. 그는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핏값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실패하면 모두 우향우, 영일만에 투신해야 한다’는 등의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1987년에는 포항공대를 설립해 초대 이사장으로서 연구 중심 대학의 토대를 놓았다. 포스코가 2차전지와 수소·그래핀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도 포스텍과의 산학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
박 교수는 “청암은 용광로 같은 애국심으로 제철 보국을 내세우셨다”며 “그런 정신이 포스텍의 문화에 스며들었다”고 했다. 그 결과 포스텍 동문들은 세계 무대에서 과학기술 기반 창업을 통해 약 300개 넘는 벤처를 만들고 적지 않은 상장사를 일궈냈다. 그는 “저도 학·석·박사 모두 장학금과 생활비까지 큰 혜택을 받았다”며 “20~30대 젊은이들을 집중적으로 키워 제2, 제3의 ‘박태준’이 잇따라 나와 포스코보다 더 큰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포스텍의 정신과 관련, “청암이 건학 이념에 국가·세계·인류 같은 큰 정신세계를 만들었다”며 “교수 등 연구진에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자유가 없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자율권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청암은 1980년대 들어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를 위해 고급 인재가 많이 필요해지자 1987년 포스텍을 개교한 뒤 캠퍼스에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도 만들었다. 박 교수는 “당시 R&D 고도화와 산학협력을 위해 공과대학을 설립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게 주효했다”며 “오늘날 포스텍과 포스코가 벤처·스타트업 혁신 생태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당시처럼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1980년대 중반 인재 유치를 위해 방방곡곡을 다닌 고(故) 김호길 초대 학장의 열정도 포스텍의 발전에 한몫했다는 게 박 교수의 평가다. 김 학장은 대부분 ‘지방까지 인재가 오겠느냐’고 하는데도 전국 상위 2%의 학생만 받자고 제안해 관철시켰다. 앞서 청암이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를 방문해 “칼텍 같은 대학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바를 실현하려면 뛰어난 연구자 못지않게 우수 학생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결국 포스텍은 첫해 입시에서 전국 상위 2% 이상의 학생으로만 2.2대1의 지원율을 끌어냈다. 박 교수는 “청암은 사욕 없이 조직원들의 열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리더십이 있었다”며 “김 학장께서 ‘노벨상을 받으려면 가속기가 필요하다’고 하자 당시 광양제철소 건립으로 현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약 1500억 원을 들여 가속기를 지어줬다”고 소개했다. 청암은 현재 포스텍 내 ‘노벨동산’에 동상으로 우뚝 서 후학들을 지켜보고 있다.
박 교수는 “청암 정신은 우리의 심장 속에서 세대를 넘어 전해오고 있다”며 “산학연이 융합해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나가 포스코보다 더 큰 벤처를 만드는 게 그 정신을 이어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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