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기업에 빗장 연 공공SW···LG vs KT·한화 'AI 교과서' 격돌
LG CNS·KT·한화시스템 등 입찰 경쟁 참여
기술력 높여 안정적 데이터 보안 체계 구축
클라우드도 발주···카카오·네이버 등 관심
내년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 455조로 성장
국내사 해외 진출 지원···"K에듀 판 넓힐것"
정부가 내년 공교육에 도입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학습 플랫폼 구축 사업에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 AI 기반 시스템 고도화에 박차를 가한다. 미래 교육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국내 에듀테크의 기술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대표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정보기술(IT) 업계는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에 LG CNS와 KT·한화시스템 등 국내 대형 IT 서비스 업체와 네이버·카카오 등 클라우드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교육계와 IT 업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발주한 807억 원 규모의 AI 디지털 교과서 학습 데이터 활용 체계 구축 사업 용역에 대기업 참여 제한을 풀었다. 이에 KT와 한화시스템이 컨소시엄 파트너십을 맺고 LG CNS는 교육 전문 중소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SDS와 SK C&C는 내부 검토를 거쳤으나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이달 28일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뒤 다음 달 최종 낙찰된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다.
교육부는 이번 주 발주 예정인 300억 원 규모의 AI 디지털 교과서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구축 사업에도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 같은 소식에 KT클라우드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NHN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 등은 이미 사업 입찰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 요건인 ‘중’ 등급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 회사들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교육부가 이번 AI 교과서 시스템 구축 사업에 국내 대형 시스템통합(SI)·클라우드 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은 사업의 규모가 크고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 보안 체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학습 데이터 활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허브를 만들고 시도 연계 서비스와 품질관리 체계 등을 마련해야 하는데 대형 IT 서비스 업체의 응용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고도의 AI 기술력을 보유한 대기업도 참여하도록 해 학습 데이터와 학생·교사의 개인정보 등을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고 공교육 서비스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행정 전산망 장애를 계기로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참여 허용 범위를 넓히기로 한 정부의 방침과도 궤를 같이한다.
교육부가 그동안 SW 참여가 제한됐던 대기업을 끌어들여 AI 기술 고도화에 공을 들이는 데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에듀테크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에 적용되는 개별 기술은 물론 AI 디지털 교과서에 기반한 공교육 시스템 전체를 해외에 수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 3월 공교육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이 세계 최초인 만큼 ‘K에듀’ 브랜드를 바탕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교육부는 내년 초 AI 디지털 교과서 시스템 구축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교육열이 높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일본 등 아시아 국가별 세부적인 수출 방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교육부는 올 1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과 영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듀테크 박람회인 ‘베트쇼(BETT Show)’를 방문해 세계 여러 기관들과 미팅을 하는 등 관련 논의를 이미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개별 에듀테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K에듀 판을 전 세계로 넓힐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KOTRA 등과 협업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등 실감 미디어와 AI 러닝, 첨단 교실, 교재·교구 등 수출 유망 에듀테크 품목들에 대한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또 디지털 교육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확대를 추진하고 올 하반기 ‘K에듀테크 해외 진출 전략’을 내놓기로 했다.
IT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과 시스템 구축에 뛰어들면서 에듀테크 시장이 급성장하는 동시에 미래 시장 선점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권당 5만~10만 원 선으로 추산되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도입되면 조 단위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봤다. 시장을 선점하면 향후 수십억~수백억 원 규모의 수입을 매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에듀테크 시장은 연평균 8.5%씩 성장해 내년 9조 9833억 원, 2026년에는 10조 831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 역시 매년 16%씩 성장해 내년 3422억 달러(약 455조 6393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업별·상품별로 해외 진출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K에듀 브랜드를 바탕으로 교육과 에듀테크를 결합한 패키지를 수출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AI 디지털 교과서 기술을 수입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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