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삽·곡괭이로 땅굴 파 기름 훔치려던 일당 2심도 징역형

땅굴을 통해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던 일당이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3부(김병식 부장판사)는 27일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대한송유관공사 전 직원 A(66) 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45) 씨 등 자금책과 작업자에게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3년, 2년 6개월을 선고, 가담 정도가 낮은 나머지 공범 4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내렸다.

범행 장소를 물색하고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 C(59) 씨는 다른 사건과 병합 심리해 징역 2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10일쯤 충북 청주의 한 숙박시설을 통째로 빌려 지하실 벽면을 뚫고 삽과 곡괭이 등으로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 한 혐의를 받는다.

'모텔 사업을 하겠다'는 말로 숙박시설 주인을 속여 월세 450만 원에 계약을 맺고 50여 일 동안 10ｍ에 이르는 땅굴을 팠다. 송유관 30㎝ 앞까지 도달했지만, 기름을 훔치기 직전 경찰에 체포되면서 미수에 그쳤다.

다만 자금책, 석유 절취시설 설치 기술자, 굴착 작업자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 장소를 물색한 뒤 송유관 매설 지점을 탐측하고 땅굴 설계 도면을 작성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특히 A 씨는 동종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송유관공사 기술자로 재직하며 알게 된 지식을 토대로 출소 한 달 만에 범행을 계획했다.

1심 재판부는 "사회적 해악이 크고 다수의 공범이 역할을 분담해 계획·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은 불리한 정상이나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 이유를 밝혔다.

2심에서는 양형을 변경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