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 바로미터 '월경'…호르몬 변화 체크하세요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4. 2. 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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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여성질환, 월경과 맞물려 발생
생리 간격·양 비정상일 땐 꼭 진료
폐경후 1년 새 골다공증 확률 늘고
안면홍조 심하면 심장·뇌질환 우려
고령화로 폐경 이후 여성 삶 길어져
호르몬치료도 적극 고려해볼 만
게티이미지뱅크

여자는 일생을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산다. 호르몬 분비량이 생애주기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사춘기에 접어들면 난소에서 에스트로겐이 분비되기 시작하고, 20대가 되면서 성 기능이 충분히 발달해 20대 후반에 호르몬 분비량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후 서서히 감소해 갱년기에 접어드는 40대 후반부터 급감하고, 50대에는 폐경(완경)이 된다.

이동희 우아한여성의원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여성의 호르몬 분비량 변화는 매달 찾아오는 월경과 맞물려 돌아간다"며 "월경(月經·menstruation)이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최근 월경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초경' 하는 딸아이를 위해 '초경파티' '월경파티'를 해주는 가족이 늘고 있다. 진정한 여성이 된 딸아이의 건강을 축복해주는 것이다. 월경은 10~14세 초경이 시작돼 임신과 출산, 평균 50세 전후 폐경에 이르기까지 약 40년 동안 진행된다. 월경은 정상 주기가 21~35일이며 좀 더 세분하면 월경 중(월경기), 월경 후(난포기), 배란 후, 월경 전(황체기)으로 나뉜다.

이 원장은 "만약 월경(생리) 주기가 너무 짧아지거나 길어지면, 생리 양이 많아지거나 적어지면 꼭 진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환경오염 물질이나 일부 인스턴트 식품 등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과 유사한 제노에스트로겐을 함유해 월경과 자궁내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 최고 호르몬 관리 전문가인 마쓰무라 게이코 원장(세이조 마쓰무라 클리닉·'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야' 저자)은 "여성과 여성 신체를 알고 싶다면 무엇보다 월경, 그리고 여성호르몬을 정확히 알고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의 몸에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하는 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이다. 에스트로겐은 부드러운 굴곡을 가진 여성스러운 체형을 만들고, 특히 피부와 머리카락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뷰티 호르몬(beauty hormone)'으로도 불린다. 또 동맥 경화를 막고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프로게스테론은 임신 관련 호르몬으로 자궁 내 혈액순환을 돕고 체온을 올려줘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성호르몬 분비량은 월경 주기에 맞춰 변한다. 여성호르몬은 뇌 시상하부 지시에 의해 분비된다. 시상하부의 지시는 뇌하수체로 이어져 난소를 자극하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이 호르몬이 난소에 전달되면 그다음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시스템이다. 난소 상태는 항상 뇌에 다시 전달되며 뇌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여성호르몬을 분비할 시기와 양을 조절한다.

월경 중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분비량이 적어 체온이 떨어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며 몸이 차갑고 피부가 건조해지고 두통이 잘 생긴다. 또 아랫배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왠지 몸이 무겁고 의욕이 떨어지며 기분이 가라앉는다. 월경이 끝나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늘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피부에 윤이 나고 면역력과 의욕이 모두 좋아져 스트레스를 잘 버틴다.

배란한 후에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고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증가하기 시작해 피지 분비가 활발하며 뾰루지가 잘 나고 손발이 자주 붓거나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월경 전 전반기에는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최고치에 도달했다가 다음 월경이 다가올수록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점차 줄어든다. 이 시기에는 괜히 짜증이 나고 기분이 매우 우울하거나 심리가 불안정하고 두통, 어깨 결림, 요통에 시달리며 기미가 잘 생긴다. 이 같은 일련의 신체, 정서, 행동 변화가 대인관계와 일상에 지장을 초래하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월경전증후군(PMS)'으로 진단한다. 배란 후부터 월경 전까지 몸이 평소보다 심하게 붓기도 하는데, 이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의 작용으로 몸에 수분이 많이 저장되기 때문이다. 몸이 부었다고 느낄 경우 이뇨(소변 배출) 작용을 촉진하는 칼륨이 풍부한 시금치, 사과, 바나나 등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월경은 50세 전후에 중단된다. 폐경 나이가 빠른 여성은 40대 초반, 늦은 여성은 50대 후반에 오기도 한다. 갱년기는 일반적으로 난소 기능이 떨어져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겪는 시기를 말하며, 40대부터 월경이 완전히 정지되고 1년 후까지 7년 정도의 기간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폐경 이행기와 폐경 이후를 두루 포함한다. 폐경 이행기는 월경 변화가 생기고 난소자극호르몬이 때때로 높아지는 시기이며, 폐경은 마지막 월경 이후 1년으로 정의한다. 여성호르몬 감소는 뇌, 심장, 혈관, 뼈, 피부, 점막 등에 영향을 줘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 경화를 비롯해 골다공증, 생식기 및 비뇨기계 위축, 위축성 질염, 요실금 등 배뇨 장애 같은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이 원장은 "폐경 이후 1년 사이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져 골다공증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지고, 안면홍조가 있던 여성은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5.08배, 뇌졸중 위험도가 3.94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호르몬 보충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폐경 이후 삶이 30~40년 이상 길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우려됐던 암 발병 위험을 낮춘 호르몬 보충 치료제가 최근 출시돼 사용되고 있다.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임상 연구가 호르몬 치료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지만 연령 표본 불균형, 비만·기저질환자까지 포함돼 신뢰성이 떨어진 연구로 밝혀졌다.

이 원장은 "최근 사용되는 호르몬 치료제는 여성호르몬 함유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유방에 영향이 미미한 것도 있다. 자궁 절제술 환자가 먹는 호르몬약(프로기노바)은 유방암 발병 위험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호르몬 치료제는 에스트로겐 성분이 있어 자궁내막이 두꺼워질 수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다른 성분이 추가돼 있다.

호르몬 치료제는 항노화에도 도움을 준다.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피부 탄력이 줄고 잔주름이 생기며 피부 재생이 잘 안 된다. 호르몬 치료는 폐경 후 이른 기간 내 즉, 폐경 10년 이내인 60세 이전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다만 유방암, 심혈관질환, 혈전증, 뇌졸중, 활동성 간질환 병력이 있거나 설명되지 않는 질 출혈, 자궁내막암의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없으며,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없을 때는 비호르몬 치료를 시행한다. 중성지방혈증, 담낭질환, 혈전증 소인, 편두통이 있는 사람에게는 피부를 통해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는 방법이 선호된다.

갱년기 장애 완화에는 에스트로겐과 분자 구조가 비슷한 '이소플라본' 성분이 풍부한 콩(대두), 세로토닌 호르몬의 원료인 트립토판이 많이 든 바나나와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검은깨 등을 복용해도 도움이 된다. 햇빛을 쬐며 걷기나 조깅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따뜻한 대화를 하는 것도 좋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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