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의 미래 달렸다" … CDMO 뛰어든 기업들
글로벌제약사 14곳 고객 확보
영업이익도 사상 첫 1조 돌파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잰걸음'
기업인수·공장건설 동시진행
사업 확장에 나선 CJ제일제당
네덜란드 CDMO기업 사들여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공장 증설에 나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CDMO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와 위탁개발을 하는 CDO(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를 합친 용어다. 고객사와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개발 서비스를 더하면 CDMO가 된다.
지난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톱20 제약사 중 14개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올해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1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치를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사업(CDO)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S-DUAL)과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DEVELOPICK)을 고도화했다. 또 임시 발현 플랫폼(S-CHOsient), 글리코실화 분석 기반 물질 개발 지원 플랫폼(S-Glyn) 등 신규 플랫폼 두 개를 출시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3조6946억원, 영업이익은 13% 늘어난 1조1137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 설립 후 최대 실적이자 업계 첫 영업이익 1조원 돌파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과 비교해 21% 증가한 2조9388억원, 영업이익은 24% 늘어난 1조2042억원을 기록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세계 1위다.
롯데그룹과 CJ그룹도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2년 6월 설립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기업 인수와 신규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2022년 12월 말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틀 마이어스 스큅(BMS·Bristol Myers Squibb)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인수를 완료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통상 신규 공장을 증설해 CDMO 사업에 진출하면 상업생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필요하다"면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의 노하우가 집약된 품질 시스템을 갖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함으로써 시장 진입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핵심 인력을 포함해 기존 BMS 임직원 99.2%를 승계했다.
국내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 바이오 플랜트를 건립하기 위한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바이오 플랜트 3개를 건설해 항체 의약품 총 36만ℓ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03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30%, 기업가치 20조원을 달성할 수 있는 글로벌 CDMO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말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결정했다.
바타비아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개발 업체에서 일감을 받아 원료의약품,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한다.
CJ제일제당은 바타비아 인수로 글로벌 유전자 치료 CDMO 시장에 진입하며 레드바이오(의약·의료)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지난해 말 바타비아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생산시설인 '아말리아(Amalia)' 공장 건설을 완료했다. 아말리아 공장은 2만2500㎡(약 80만평) 규모다.
비만 치료제로 잘 알려진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글로벌 CDMO 2위 기업인 미국 카탈런트사를 인수했다. 주요 CDMO 업체 가운데 한 곳인 일본 후지필름은 지난달 유럽 공장 증설을 완료했다. 이번 공장 증설로 후지필름은 유럽 최대 바이오의약품 CDMO 공장을 확보했다. 올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CMO는 설비를 잘 만들어 경제성이 있고, 오염이 안 되는 시설에서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해 생산해주면 된다"며 "CDMO는 개발을 같이하는 것이다. 생산뿐 아니라 인허가 등 사업 전반과 관련된 경험이 있어야 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부분이 충족돼야 글로벌 플레이어와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DMO 시장에서 자리 잡는 게 쉽지 않고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그룹의 지속적인 투자와 글로벌 시장 창출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CDMO 시장 규모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Frost & Sullivan)은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이 2022년 202억8000만달러(약 27조원)에서 연평균 15.3% 성장해 2028년에는 477억달러(약 63조원)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형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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