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해? 견뎌봐? 소변 못 참겠고… 시원하지도 않고…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4. 2. 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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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비대증으로 고통받는 남성들, 수술 치료도 고려해볼만
게티이미지뱅크

60대 중반의 A씨는 이달 초 '전립선비대증'으로 지옥과 천당을 경험했다. 10년 동안 앓아왔던 전립선비대증에 의해 요로폐색(소변이 나오는 요로가 막힘)이 발생해 응급실로 실려갔고 수술 후 '천하를 얻는 행복감'을 느꼈다. 그는 "시원하게 소변을 보는 이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50대 중반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종종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마다 약처방을 세게 받아가며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해왔다. 그러나 그는 올겨울 강추위와 함께 전립선비대증이 악화돼 요폐 증상이 자주 발생했지만 고통을 참았다. 그러나 하루 저녁 10번 이상, 1시간마다 잠을 깰 정도로 증상이 악화됐고 어느 순간 소변이 나오지 않아 결국 대형병원을 찾아 막힌 요로를 뚫었다. A씨는 퇴원 후 집에 왔지만 또다시 요로폐색이 발생해 지인으로부터 대학병원을 소개받아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대표적 전립선비대증 수술법인 홀렙(HoLEP),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 유로리프트(전립선결찰술) 중 하나를 선택했다. 수술 당시 A씨는 전립선이 42g으로 정상(약 20g)보다 2배 이상 컸다. 전립선암의 선별에 이용되는 PSA 수치는 6.4(정상 0~4ng/㎖)로 위험 범위에 속했다. 조직검사 결과는 전립선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안도했다.

그는 "소변이 찔끔찔끔 나오는 요폐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수술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며 "거대한 돌(암석)을 배 속에 넣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A씨는 총치료비 약 450만원 중 130만원만 본인이 부담했다.

최근 영국 찰스3세 국왕(75)이 전립선비대증을 치료받다가 암이 발견됐다고 알려지면서 '전립선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왕실은 전립선암이 아니라며 암의 종류나 병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전립선 질환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해 '아버지 병'이라고 한다. 남성 생식기관 중 하나로 방광 바로 밑에 있는 전립선은 태어날 때 콩알만 하지만 20대에 밤알 크기(18~20g)로 커지고 30대 이후 매년 0.4g씩 아주 서서히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전립선이 커지면 요도(소변 통로)가 좁아져 배뇨장애가 발생한다.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거나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을 때, 또 갑자기 소변을 참을 수 없을 때는 전립선 이상을 걱정해야 한다.

전립선의 가장 큰역할은 구연산(citric acid)이 함유된 전립선액을 만드는 것이다. 정자가 쌓여 있는 주머니(정낭)를 나온 정액은 전립선액과 합류해 사정된다. 질내에 사정된 정자가 난자와 만나기까지의 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영양원이 바로 구연산이다. 전립선 바로 밑에는 요도괄약근이 있어 이 근육이 수도관 밸브처럼 작용해 꽉 조여 소변을 참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전립선은 사정, 발기 등의 성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정자의 통로인 사정관도 전립선과 맞물려 있고, 발기와 관련된 신경(발기신경)은 전립선 바로 옆을 지나 음경으로 들어간다. 이처럼 전립선은 배뇨 기능이나 성 기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전립선 질환이 있거나 혹은 전립선 수술을 받고 나면 소변이나 발기 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전립선에 생기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이다. 그 밖에도 만성 전립선염, 과민성방광 등이 있다.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은 인구 고령화로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립선비대증은 40대부터 발병률이 점차 늘어 60·70대 남성의 40~70%에서 호발하며 55세 이상 남성 5명 중 1명꼴로 진단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암은 국내 남자 암발병률에서 폐암, 위암, 대장암에 이어 4위(2021년 기준 1만8697명 암 진단)에 올라 있지만 미국, 영국 등 서구에선 남성 암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립선암은 진행되면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악화되면 뼈로 전이되기 쉬운 무서운 암이다.

전립선비대증은 노화나 대사증후군과 같은 어떤 원인에 의해 전립선이 커져 요도(尿道)를 압박받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40세 무렵부터 전립선이 서서히 비대해지는 사람과 위축되는 사람으로 나뉘는데, 많은 사람이 비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전립선이 커지는 과정에서 전립선암이 발병하지는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일본 비뇨기과 명의로 손꼽히는 쇼오지 타다시(小路直) 도카이대 의학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전립선비대증이 암으로 번질 우려는 없지만 비대증을 나이 탓으로 여기고 방치하면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전립선비대증은 바로 위에 있는 방광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방광은 근육주머니와 같은 것으로 근육이 수축하면서 배뇨가 일어난다. 만약 요도가 압박을 받아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면 방광 근육이 수축하려고 애를 쓰면서 과도하게 단련된다. 쇼오지 교수는 "방광에 필요 이상의 근육이 생기면 방광벽이 두꺼워지고 소변이 잘 쌓이지 않게 된다"며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배뇨가 힘들고 빈뇨나 절박감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전립선암이 증가하는 이유로 △PSA 검사 보급 확산 △인구 고령화 △육식 중심의 식단 등 3가지가 꼽힌다.

PSA(Prostate Specific Antigen·전립선 특이항원)는 전립선에서만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전립선 질환이 생기면 혈액 내 농도가 높아진다. PSA 기준치는 대체로 4.0ng/㎖ 이하이지만 연령별로 기준치가 약간 다르다. 50~64세는 PSA 기준이 3.0, 65~69세는 3.5, 70세 이상은 4.0 이하이다.

PSA 수치가 높아지는 질병은 △전립선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 등이며,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탄 후 또는 사정 후에도 PSA 수치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쇼오지 교수는 "만약 PSA 수치가 올라간다면 전립선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다른 암에서 사용되는 종양표지자는 암이 비교적 커져야 수치가 올라가지만, PSA는 조기암 단계부터 상승한다. 그만큼 PSA 검사의 정밀도가 높다는 얘기다.

전립선암은 호발 연령이 60대이지만 고령화와 관련이 깊다. 또한 서구식 식습관도 전립선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나이와 PSA 수치가 비슷한 미국 하와이의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 거주 일본인을 대상으로 비교분석한 결과 하와이 일본계 미국인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높았고 그 원인이 식생활에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인의 전립선암 5년 생존율은 89.9%(2021년 기준)로 미국 97.4%, 일본 93.0%보다 낮다. 전립선암은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 72.1%보다 높지만 방치하면 뼈로 전이돼 생존율 하락과 함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전립선암도 다른 암처럼 조기 발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PSA 검사가 중요하다. 실제로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PSA 검사를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을 나눠 대규모 조사를 한 결과 PSA 수검자 그룹이 전립선암이 발견된 시점에서 전이 비율이 훨씬 적었다. 전립선암은 진행이 느리고 얌전하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전립선 질환은 최근 진단 및 치료법이 진화하고 있다. 먼저 약물요법으로 치료하고 여차하면 수술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은 약물치료를 통해 1차 치료를 시작한다. 약제가 굉장히 좋아졌기 때문에 약물치료로 환자의 80~90%는 치료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약물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요저류나 반복적인 요로감염, 방광 결석, 육안적 혈뇨 혹은 신기능 저하 등의 증상이 발현되면 수술을 적극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립선암은 전립선 이외에 전이가 없으면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을 권장한다. 진행성 암은 호르몬 치료 및 방사선 치료, 항암화약요법도 시행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주된 요인이 노화와 남성호르몬이어서 발병을 막을 수 없지만, 과일·채소 섭취를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전립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전립선암은 육식이 가장 유력한 위험 인자이므로 저지방, 고섬유질 식이요법이 권장된다.

요즘 많이 판매되는 '쏘팔메토(Saw Palmetto)'라는 건강기능식품은 의학적으로 논란이다. 쏘팔메토는 쏘팔메토라는 톱야자수 열매를 가공해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으며 국내에서는 CJ, 보령제약, 종근당 등을 비롯해 수십 개 업체가 난립해 생산·판매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는 "쏘팔메토 열매추출물은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시키는 효소(5-α-reductase)의 활성저해로 전립선비대증 증상 개선 효과를 나타낸다"고 돼 있다. 개선이 아니라 개선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해외 유명 저널들은 쏘팔메토가 의학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결론 냈다. 뉴잉글랜드저널오프메디신(NEJM)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정상인이 374±135인데, 쏘팔메토를 복용한 그룹은 375±128, 위약그룹은 373±142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임상시험을 금지하고 있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도 "쏘팔메토는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지만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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