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남을 걸 그랬나, ML 높은 벽 실감한 뷰캐넌 "겸손해졌다,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OSEN=이상학 기자] 8년 만에 돌아온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높은 벽을 실감했다. 삼성 라이온즈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였던 데이비드 뷰캐넌(35.필라델피아 필리스)이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진땀을 흘렸다.
뷰캐넌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제트블루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2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막았다. 초청 선수 신분으로 필라델피아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한 뷰캐넌에겐 시범경기 매 순간이 중요한데 첫 등판은 아쉬움을 남겼다.
뷰캐넌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 외국인 선수 역대 최장 4년을 뛰며 KBO리그 통산 113경기(699⅔이닝) 54승28패 평균자책점 3.02 탈삼진 539개 WHIP 1.27로 특급 활약을 했다. 이 기간 KBO리그 최다 이닝, 다승 공동 1위, 최다 퀄리티 스타트(80회), 평균자책점·탈삼진 2위에 빛나는 성적을 냈다. 지난해 시즌 후 삼성이 다년 계약을 제시했지만 협상이 결렬됐고, 미국으로 돌아간 뷰캐넌은 당초 예상된 신시내티 레즈와 메이저 계약이 아닌 필라델피아와 마이너 계약을 했다.
불안한 신분 속에서 첫 등판마저 개운치 못했다. 1회 보스턴 1번 타일러 오닐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며 이닝을 시작한 뷰캐넌은 라파엘 데버스를 3루 뜬공, 트레버 스토리를 파울팁 삼진으로 잡고 투아웃을 따냈다. 그러나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이어진 2사 1,2루에서 롭 레프스나이더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엔마누엘 발데스를 루킹 삼진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지만 2회 또 1점을 줬다.
2회에도 선두타자 타일러 하이네만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시작한 뷰캐넌은 마크 콘트레라스의 1루 땅볼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니코 카바다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계속된 1사 1루에서 오닐을 투수 땅볼로 유도하며 1-4-3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끝내 더 이상 실점은 없었지만 내용 측면에서 아쉬움이 큰 투구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이 이날 경기 후 뷰캐넌의 소감을 전했다. 뷰캐넌은 첫 등판에 대해 “겸손해졌다. 메이저리그에서 투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경기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투수이자 한 사람으로서 내 자신을 발견하고,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지난 7년간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을 끝으로 미국을 떠난 뷰캐넌은 2017~2019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2020~2024년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에 몸담으며 7년간 아시아에서 커리어를 보냈다. 그 사이 메이저리그 야구도 많이 바뀌었고, 지난해 도입된 피치 클락으로 인해 경기 속도도 몰라보게 빨라졌다. 가뜩이나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곳인데 여러 변화까지 뷰캐넌에게 체감되는 것이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마이너 계약이긴 하지만 초청 선수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8년 만에 마운드에 오른 감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뷰캐넌은 “믿기지 않는 일이다. 복귀전이라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다시 돌아와서 기분이 좋다. 이런 환경에 다시 돌아온 것만으로도 정말 즐거웠다”고 만족감도 표했다.
필라델피아 간판 스타인 브라이스 하퍼에게 사과를 한 사연도 털어놓았다. 지난 2015년 9월16일 필라델피아 소속이었던 뷰캐넌은 워싱턴 내셔널스 타자였던 하퍼에게 초구에 등 뒤로 날아가는 공을 던졌다. 뷰캐넌을 노려보며 불쾌함을 표한 하퍼는 그 타석에서 커브를 받아쳐 중월 홈런으로 장식했다.
그때 순간을 뷰캐넌은 잊지 못했다. 그는 “나의 빅리그 커리어에서 두 가지 후회되는 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하퍼와의 승부였다”며 “자세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내 생각은 아니었다. 필라델피아의 연락이 왔을 때 하퍼와 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돼 더욱 기뻤다”면서 사과할 기회를 얻은 것에 의미를 뒀다.
2019년 필라델피아와 13년 3억3000만 달러 FA 계약을 맺고 온 하퍼도 뷰캐넌과의 승부를 잊지 않고 있었다. 뷰캐넌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볼카운트 2-0, 커브볼 홈런”이라고 답하며 그때 기억을 떠올려다. 뷰캐넌은 “빅리그로 돌아가면 하퍼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누구와 함께든 대화를 하고 싶었다. 같은 클럽하우스에서 그런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이 좋다”고 미국 복귀를 반겼다.
하지만 뷰캐넌이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하퍼와 팀메이트가 되기 위해선 시범경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필라델피아는 잭 휠러, 애런 놀라, 타이후안 워커, 레인저 수아레즈, 크리스토퍼 산체스로 5인 선발이 안정적이라 대체 선발이나 롱릴리프 자리를 노려야 한다. 2년 다년 계약과 고액 연봉이 보장된 한국을 떠나 30대 중반에 험난한 도전에 나선 뷰캐넌을 시즌 중에도 빅리그에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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