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경선 포기···‘용핵관’엔 너그럽고 장관에 엄격한 여당 공천
국민의힘에서 4·10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27일 서울 영등포을 지역구 경선을 포기했다. 여당 공천을 보면 현 정부 장관 출신들이 원외 힘든 지역구에 배치되거나 경선을 거치는 일이 많다. 이는 이번 총선의 위험 요소로 지목됐던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공천 논란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지에 배치된 용산 대통령실 출신 ‘용핵관’들과 대비되며, 당이 장관 출신을 홀대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유권자와 국민의힘 당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영등포을 탈환이라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역에서 신속히 전열을 정비해 결전을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며 “저는 영등포을 지역구 후보의 조속한 확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박용찬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영등포을에선 경선 경쟁자인 박 후보가 단수공천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보훈처장과 국가보훈부 초대 장관을 지내다 지난해 12월 사퇴하고 총선을 준비했다. 지역구를 정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경기 성남분당을 출마를 원했지만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오면서 밀렸다. 이후 양지로 평가받는 경기 용인갑을 타진했지만 당과 조율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인갑에는 결국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단수공천됐다.
결국 박 전 장관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서울 영등포을로 이동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역을 관리한 당협위원장 출신 박용찬 후보와의 경선이 결정되자 승부에 부담을 느끼고, 주변에 당에 대한 서운함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박 전 장관의 부산 재배치론이 나온다. 박 전 장관이 전재수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갑에서 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기 때문이다. 이곳은 부산에서 국민의힘에 불리한 상대적 험지로 분류된다.
이번 국민의힘 공천에선 장관들이 민주당 현역이 있는 지역구에 전략 배치되거나 까다로운 경선을 준비하는 일이 많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현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에서 옮겨 서울 서대문을로 단수공천을 받았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원 벨트’의 일원으로 경기 수원병에 배치받았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중·성동을에서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과 힘겨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충남 천안을에서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얼굴이었던 장관 출신들이 이기기 어려운 지역에 나가 ‘쇄빙선’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작용했다.
여당이 유리한 지역에 나온 장관도 단수공천을 받진 못했다. 부산 중·영도에 도전장을 낸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검사 출신의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경선을 치르고 있다.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대구 달성)과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서울 용산)이 현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았지만, 둘은 해당 지역구에서 재선 이상 지낸 후 장관이 된 경우다.
한 장관 출신 후보는 “장관 출신들이 각 지역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며 “당이 장관 출신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체계적인 준비를 하진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여당이 현 정부 장관들에게 공천 특혜를 줄 것이란 의구심은 사그라들었다. 다만 윤 대통령과 가까운 대통령실 출신들은 양지에 배치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출신의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과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각각 부산 해운대갑과 경기 용인갑에 단수공천을 받았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충남 홍성·예산 공천이 확정됐고, 김은혜 전 홍보수석은 경기 성남분당을 후보로 경선을 치르고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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