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같은 날 멕시코 국경 찾아 이민정책 ‘결투’
이민 문제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같은 날 남부 텍사스주 국경도시를 방문한다. 미 언론들은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두 후보가 국경 통제·이민 정책을 놓고 ‘결투’를 벌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9일 텍사스주의 브라운즈빌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멕시코 국경 인근의 브라운즈빌은 중남미 출신 월경자들이 주로 거치는 통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에서 국경 순찰대 요원과 사법 집행기관 및 지역 지도자들을 만나고, 공화당 의원들에게 국경안보법안 처리에 협조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같은 날 텍사스주의 이글패스를 방문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국경 통제를 실패로 규정하고, 집권 시 초강경 반이민 정책을 펴겠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글패스 역시 주요 무단 입국 통로다. 올해 초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도 대거 이곳을 찾아 바이든의 이민 정책을 맹공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 방문 행보는 국경 통제 문제가 미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12월 무단으로 미국 국경을 넘은 이가 역대 최고치인 30만명에 달하는 등 불법 입국 폭증으로 이민 문제가 경제 다음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달 몬머스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문제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전반적인 국정 수행 부정 평가(58%)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도 국경 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안보 예산 처리를 촉구하고, 무단 입국자가 일평균 5000명을 넘을 경우 조건부 국경 폐쇄를 시사하는 등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상태다.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한 두 사람의 국경 방문은 27일 미시간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직후 이뤄지게 된다. 미시간은 핵심 경합주(스윙스테이트)로 꼽히는 만큼 양당 경선 결과 두 후보의 득표율과 유권자 그룹별 지지도 등을 통해 11월 본선 표심을 미리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평균치를 분석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현재 미시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5.1%포인트 앞서고 있다.
특히 미시간은 가자지구 전쟁 이후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하고 있는 아랍계와 무슬림 인구가 약 20만명으로 많은 곳이기도 하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5만표(2.8%포인트) 차로 누른 데는 아랍계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이번 경선을 앞두고 진보성향 및 아랍계 유권자 일부는 바이든 정부의 중동정책에 항의하는 뜻에서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에 기표하자는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지지 후보 없음’ 득표율이 두 자릿수를 넘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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