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멸망 당시의 갑옷일까…부여 관북리 유적서 옻칠 갑옷들 나와
말 갑옷·뼈·등자 등도 발굴돼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인 사비 시기(538~660)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옻칠한 가죽 갑옷(칠피 갑옷), 말 갑옷·뼈 등이 발굴됐다.
땅을 파 만든 구덩이(수혈유구)에서 나온 칠피 갑옷의 조각들은 불에 탄 목탄, 폐기된 유물들과 함께 나와 백제 멸망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부여 관북리 유적 중 왕궁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지의 유물 폐기층과 수혈유구에서 칠피 갑옷 조각들을 발굴했다”고 27일 밝혔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6개의 구덩이에서 조각들로 발굴된 칠피 갑옷은 모두 6점으로 추정된다”며 “출토된 조각들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옻칠한 갑옷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소 측은 “출토된 6점의 칠피갑옷 중 2호 수혈유구에서 확인된 갑옷의 상태가 비교적 좋다”며 “주변에서 말 안장 부속품으로 발 받침대인 등자, 말의 아래턱 뼈로 보이는 동물유체 등이 확인돼 이 갑옷은 말 갑옷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수혈유구에서 나온 조각들은 사람이 입은 갑옷일 가능성도 있다.
백제시대 칠피 갑옷이 발굴되기는 2011년 공주 공산성에 이어 두 번째다. 공산성은 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이 멸망 당시 사비 왕궁에서 황급히 피신했다가 결국 항복한 곳이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이번에 확인된 칠피 갑옷들은 공산성에서 출토된 칠피 갑옷들처럼 발굴 주변 정황 상 백제 멸망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사회 상황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관북리 유적은 1982년부터 발굴조사가 시작돼 지금도 발굴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왕궁터로 추정될 만큼 대형 건물지들과 연못, 도로, 냉장고 기능을 한 저장고 등이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에도 대형 건물지 등이 발굴됐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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