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 스웨덴, 나토 가입 확정... 서방 `발트해 포위` 완성
스웨덴, 200년 중립→서방 동맹으로
우크라전에 비동맹 중립노선 폐기…가입 신청 1년 9개월만
러 역외영토 고립 심화…30년 만에 나토 확장 '중대 분기점' 평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정식 합류하게 됐다. 26일(현지시간) 그동안 나토 가입을 반대했던 헝가리의 최종 동의를 확보하면서다.
헝가리 의회는 이날 오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본회의 표결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결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신청한 지 1년 9개월 만에 비로소 합류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이제 형식적 절차만 남았다.
이날 헝가리 의회가 가결한 비준안은 라슬로 쾨베르 헝가리 대통령 권한대행 서명을 거쳐 '나토 조약 수탁국'인 미 국무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통상 이 절차는 늦어도 닷새 안에 마무리된다. 작년 핀란드의 경우 사흘이 걸렸다.
이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스웨덴이 나토 설립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문서(instrument of accession)를 미 국무부에 기탁하면 모든 가입 절차가 끝난다. 이때부터 스웨덴은 나토 집단방위 5조를 적용받게 된다.
나토 군사 동맹의 핵심인 제5조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스웨덴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같은 해 5월 200년 넘게 고수한 비동맹 중립 노선을 폐기하고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핀란드는 이후 약 11개월 만인 작년 4월 31번째 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스웨덴에 대해서는 막판까지 제동을 걸면서 상대적으로 더 오래 걸렸다. 헝가리는 지난달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의 가입 비준안을 처리한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지난 18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의회 봄 회기가 시작되면 처리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23일에는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달려가 오르반 총리와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 판매 등을 골자로 한 군사협력 심화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헝가리가 나토 합류에 대한 거부권을 지렛대 삼아 스웨덴에서 방공망 강화에 필요한 전투기 수출 약속을 받아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합류하면서 나토와 접한 러시아 국경선은 기존보다 2배가량 늘어나게 됐다. 또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맞닿은 전략적 요충 발트해를 나토 동맹국이 사실상 포위하는 형세가 됐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북유럽 안보 지형 재편이 가시화하고 있다. 핀란드에 이은 스웨덴의 합류는 나토의 북유럽 전략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나토는 스웨덴을 동맹으로 품으면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발트해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포위하는 형세를 갖추게 됐다. 발트해 연안에는 나토의 적국인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및 러시아 본토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접해 있다. 그중에서도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핵심 군사기지로 꼽힌다. 이곳과 인접해 있는 리투아니아 등 나토 회원국들은 수년 전부터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배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안보 불안감을 호소해왔다. 나토는 향후 스웨덴 동남부에 있는 고틀란드섬을 주축으로 러 위협에 맞선 방어선을 재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북극해 전략을 통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서방은 판단한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합류를 1990년대 나토의 동유럽 진출 이후 가장 유의미한 확장 정책으로 평가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스웨덴 국내적으로도 국방정책 측면에 변화가 뒤이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1814년 마지막으로 전쟁을 치른 이후 200년 넘도록 비동맹 중립 노선을 견지한 나라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자 재빨리 미국 주축으로 형성된 '안보 우산'을 택한 셈이다. 스웨덴은 기존에도 해군력이 강하고 전투기를 생산해 수출하는 북유럽의 대표적 군사 강국으로 꼽히지만, 앞으로는 나토 틀 안에서 전략 재편·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X를 통해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이제 나토의 안보를 위한 책임을 함께 공유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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