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멸망 마지막 전투 흔적?…1300년 전 옻칠 갑옷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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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년 전 백제 멸망 당시 왕궁에서 신라-당 연합군과 치른 전투의 흔적일까.
백제 왕조 말기인 6~7세기 옛 도읍 사비의 궁궐터로 짐작해온 충남 부여군 관북리 유적에서 백제의 병사와 군마가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갑옷 조각들이 부서져 흩어진 채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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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년 전 백제 멸망 당시 왕궁에서 신라-당 연합군과 치른 전투의 흔적일까.
백제 왕조 말기인 6~7세기 옛 도읍 사비의 궁궐터로 짐작해온 충남 부여군 관북리 유적에서 백제의 병사와 군마가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갑옷 조각들이 부서져 흩어진 채로 나왔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1일부터 관북리 유적 16차 조사 작업을 벌이다 왕궁 시설로 추정해온 대형건물터(1호 건물터) 일대의 유물폐기층과 구덩이들에서 옻칠한 가죽을 이어붙인 칠피갑옷의 찰갑조각들과 갑옷흔적들을 찾아냈다고 27일 발표했다. 백제권 유적에서 칠피갑옷이 출토된 것은 지난 2011년 충남 공주시 공산성 내부 옛 저수조 터에서 가죽에 옻칠한 말 갑옷 등이 나온 이래 두 번째다.


찰갑옷이 나온 1호 건물터는 긴 복도를 지닌 얼개의 장랑식(長廊式) 건물이 세워졌던 곳이다. 관북리 왕궁 추정 유적의 중심건물인 정전을 둘러싸는 듯한 모양새여서 임금이 신하들과 인사하고 의례를 치르는 부속시설인 조당 공간으로 지목되고 있다. 갑옷조각들은 바로 이 건물터 안팍 30m 범위에 있는 여섯 군데의 구덩이에서 각각 출토됐다. 연구소 쪽은 “처음 출토한 직후엔 얇은 갑옷 조각 일부만 보였으나 갑옷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로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사각형 미늘(단위로 구성된 갑옷 조각)들이 뒤이어 나타났고 이 미늘들을 끈으로 잇는 둥근 구멍도 드러나면서 찰갑(미늘을 끈으로 연결한 갑옷)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학계가 주목하는 건 비교적 상태가 좋은 갑옷 조각이 발견된 2호 구덩이다. 나온 갑옷조각의 폭이 18.2㎝, 너비는 49.2㎝에 이른다. 찰갑을 구성하는 미늘의 길이는 7.5∼7.8㎝, 너비는 4.2∼4.4㎝이며, 이 미늘들을 잇는 구멍은 직경 0.2∼0.3㎝로 파악됐다. 주위에서 말 안장에 딸려 탄 사람의 발을 받쳐주는 등자가 나왔고, 인근 다른 구덩이에서는 말의 아래턱뼈로 보이는 유체도 드러나 2호 구덩이의 출토품은 말에 씌운 마갑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부 미늘 조각들은 너비가 2∼3㎝ 정도여서 사람 갑옷일 가능성도 있다. 여섯 곳 구덩이에서 각각 찾은 갑옷 조각과 흔적들이 한 개체인지, 각기 다른 유물들인지는 후속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관북리와 공산성 유적은 갑옷 출토 당시 주변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잔여 유물들과 불에 탄 목탄의 자취가 함께 발견됐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학계는 이런 두 유적의 출토 양상 자체가 백제 멸망 시점 당시 궁궐 권역에서 전란으로 빚어진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추정한다.
관북리 유적은 1978년 상가를 지으려고 땅을 팠다가 백제 배수로 추정 흔적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1982년부터 올해까지 16차례의 발굴조사가 이어졌고, 궁궐 전각으로 추정되는 건물터들과 옛 도로, 연못 터 등이 속속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15차 조사에서는 백제 사비 도읍시기의 건물터 세 군데가 남북축으로 길게 뻗은 모양새를 보이면서 나타났는데, 유적의 중심 건물 주변을 둘러싸도록 만든 긴 복도 얼개의 장랑식 건물로 판명됐다. 위치와 규모를 고려할 때 고대 일본 나니와 왕궁의 원형으로 지목할 수 있는 백제 왕궁 조당공간의 일부란 가설이 제기돼 학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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