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멸망 당시 혼란 담긴듯…마지막 왕궁터에서 갑옷·불탄 목탄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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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관북리유적의 백제 사비기(538~660) 왕궁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지에서 옻칠된 갑옷이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1일부터 진행된 16차 발굴조사 결과 6곳의 구덩이에서 칠피갑옷의 흔적을 찾아냈다고 27일 밝혔다.
백제시대 문화층에서 칠피갑옷이 출토된 사례는 공주 공산성(2011년) 이래로 부여 관북리유적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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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부여 관북리유적의 백제 사비기(538~660) 왕궁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지에서 옻칠된 갑옷이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1일부터 진행된 16차 발굴조사 결과 6곳의 구덩이에서 칠피갑옷의 흔적을 찾아냈다고 27일 밝혔다. 칠피갑옷은 옻칠된 가죽을 연결해 만든 갑옷을 말한다.
백제시대 문화층에서 칠피갑옷이 출토된 사례는 공주 공산성(2011년) 이래로 부여 관북리유적이 두 번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관북리유적과 공주 공산성 칠피갑옷 모두 발견 당시 주변에 폐기된 다량의 유물과 불에 탄 목탄이 함께 출토됐는데, 이는 백제 멸망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사회 상황의 일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여 관북리 유적은 1982년부터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 조사 중에 백제 사비기의 건물지 세 개의 동이 남북방향으로 길게 확인되었는데, 궁과 사찰에서 주로 사용하는 중심건물 주변을 둘러싸도록 기다랗게 만든 이른바 ‘장랑식(長廊式)’ 건물로, 위치와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왕궁 내 국가적 행사를 여는 조당 공간의 일부로 추정된다.
이 장랑식 1호 건물지의 유물폐기층과 30m 범위 내에서 여섯 점의 칠피갑옷이 출토됐다. 처음에는 매우 얇은 조각 일부만 노출돼 갑옷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발굴조사가 진행되면서 유물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고, 겹겹이 쌓인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사각형의 미늘과 각각의 미늘을 연결했던 원형의 구멍이 발견됐다. 이후 출토 조각의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칠피갑옷으로 확인됐다.
출토된 여섯 점의 칠피갑옷 가운데 2호 구덩이에서 확인된 갑옷이 비교적 잔존상태가 양호하다. 전체 크기는 잔존 폭이 18.2cm, 잔존 너비 49.2cm이고, 개별 미늘의 길이는 7.5~7.8cm, 너비 4.2~4.4cm이며, 미늘을 연결하기 위한 원형의 구멍은 0.2~0.3cm다.
2호 구덩이 주변의 기와폐기층에서는 말 안장 부속품 중 발 받침대인 등자가 출토됐다. 3호 구덩이에서는 말의 아래턱 뼈로 추정되는 동물유체가 확인됐다. 이러한 주변 출토유물 상황과 갑옷의 형태를 고려할 때 2호 수혈유구에서 출토된 갑옷은 말갑옷(馬甲)으로 추정된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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