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속 6.25의 단상…기동전 이은 진지전, 전쟁 장기화 우려 [이우승의 이슈 돌아보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지난 24일은 전격적인 러시아 공격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2년이 되는 날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전장에서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양상은 많은 측면에서 70년 전 6·25를 연상시킨다. 6·25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진영 간 최초의 전쟁이다. 냉전이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언제든지 동서 진영 간 갈등이 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각인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식된 후 러시아의 군사위협을 간과하고 있던 서방 진영의 국가들에게 위협의 실체를 직시하게 했다.
특히 초기 격렬한 기동전에 이은 소모적인 진지전은 6·25와 닮은꼴 전쟁을 연상하게 한다. 6·25는 전쟁 발발 후 1년 동안 양측이 수차례 공세적 입장과 수세적 입장을 오가며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결국 전쟁이 처음 시작됐던 그 지점에서 교착 상태에 빠지며 정전 협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소모적인 진지전 양상을 보였다.
동부지역 최전선 방어 거점인 아우디이우카의 함락은 우크라이나로서는 뼈아픈 패배다. 교착 상태인 전선에서 러시아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 우크라이나가 지쳐가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은 26일(현지시간) 아우디이우카 외곽 마을에서 철수했다. 앞서 아우디이우카를 뺏긴 이후 러시아의 공세가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직면한 어려움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실지 회복에 대한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전쟁 2년을 맞아 유럽연합(EU)과 서방 국가들이 지원 약속과 러시아 제재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에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참여하지 않고선 휴전을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푸틴 대통령이 조용히 휴전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11월 미국 대선이 전쟁의 가장 큰 변수라는 사실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미국 대선이 전쟁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전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일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우위에 서서 전세를 주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선 후보 경선 유세 현장에서 과거 대통령 재임 당시 나토 회원국과 회의석상에 언급한 발언을 소개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맹비난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에 대한 미국 정책이 전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연구실장도 통화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 결국 강대국에 의해 서명이 될 것”이라면서도 “11월 미국 대선이 향방을 결정짓는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서방국 관리들의 전황 평가를 인용해 러시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주목하는 점을 거론하며 “푸틴이 전장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바라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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