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광사 불화는 국보, 김홍도 병풍·조선 동종은 보물된다

도재기 기자 2024. 2. 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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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석가모니 일생 담은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 국보 승격 예고
김홍도의 ‘서원아집도 병풍’, ‘남원 대복사 동종’은 보물 지정 예고
국보로 지정 예고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 가운데 영산회상도. 문화재청 제공

석가모니의 일생을 담은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 또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6폭 병풍인 ‘서원아집도 병풍’, 17세기 제작된 ‘남원 대복사 동종’은 보물이 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조선 후기 팔상도를 대표하는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를 국보로,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과 ‘남원 대복사 동종’은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7일 밝혔다.

국보로 지정 예고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는 송광사 영산전에 봉안하기 위해 1725년(조선 영조 1) 제작된 불화로 영산회상도 1폭, 팔상도 8폭으로 구성됐다.

국보로 지정 예고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의 팔상도 8폭 중 ‘제1 도솔래의상’. 문화재청 제공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불화이며, 팔상도는 석가모니 생애에서 역사적인 사건 8개를 주제로 한 불화를 말한다. 팔상의 개념은 불교문화권에서 공유됐지만 이를 구성하는 각 주제와 도상, 표현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초기에는 <월인석보>(月印釋譜)의 변상도(경전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를 차용한 팔상도가 제작되다가 후기에는 <석씨원류응화사적>에서 제시된 도상으로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식의 팔상도가 유행했다. 송광사 팔상도는 이 조선 후기 팔상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는 제작 연대는 물론 의겸 등 불화를 그린 화승도 명확히 알 수 있다”며 “한 전각에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를 일시에 조성해 일괄 봉안한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자, 조선 후기 영산회상도의 다양성과 팔상도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 구성과 표현의 예술적 가치도 뛰어나다”고 밝혔다.

조선 후기 대표 화가인 단원 김홍도가 중국 화풍의 서원아집도를 조선식으로 재탄생시킨 6폭의 ‘서원아집도 병풍’. 문화재청 제공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은 단원 김홍도가 1778년(조선 정조 2)에 ‘서원아집’(西園雅集)을 주제로 그린 병풍 작품이다. 서원아집은 북송 영종(英宗)의 부마인 왕선이 수도 개봉에 있던 자신의 집 서원(西園)에서 1087년경에 소식·이공린·미불 등 당대 유명 문인들과 함께 문예활동을 즐긴 것을 표현한 것으로 고사인물도 주제의 하나다.

이 작품은 중국 고사인물도 주제와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중국식 서원아집도를 ‘조선판 서원아집도’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상은 중국 명나라 영향을 받았지만 배경의 버드나무와 암벽·소나무 등을 과감한 필치로 그려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길상적 의미를 지닌 사슴과 학도 담아낸 것이다. 수묵담채로 표현된 6폭의 작품은 특히 김홍도의 스승인 표암 강세황의 제발 14행이 적혀 있기도 하다.

그림의 감상평·제작 배경 등을 화면에 써 놓은 제발에는 1778년 9월에 이 작품이 완성되고 3개월 후인 12월에 강세황이 김홍도를 ‘신필(神筆)’이라고 칭송한 내용이 담겨 있어 김홍도의 예술 세계를 파악하는 귀중한 문헌 자료다.

문화재청은 “조선 후기에 성행한 아회(雅會) 문화를 대표하고, 김홍도의 30대 화풍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회화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중국에서 유래한 화풍을 조선화하여 재창조해 발전시킨 조선시대 회화사의 독자성, 창조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예술적·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조선시대 동종인 ‘남원 대복사 동종’의 세부 모습. 문화재청 제공

‘남원 대복사 동종’은 1635년(조선 인조 13)에 승려 장인 정우가 신원 등 7명과 함께 제작한 동종이다. 원래 영원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됐다가 영원사가 폐사되면서 남원 대복사로 이안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우와 신원 등 승려들은 17세기 전반에 재건 불사가 진행되는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종 제작 장인들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은 “조선 후기라는 시대성과 작자의 개성을 담아낸 동종이자 제작 연대, 봉안 지역과 봉안 사찰, 시주자 및 시주 물품, 제작 장인 등 중요하고 다양한 내력이 분명하게 확인돼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국보·보물로 지정예고된 3건에 대해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보물로 최종 지정할 예정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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