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에 또 ‘부유식 장벽’ 설치…필리핀과 갈등
중국이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주변에 ‘부유식 장벽’을 설치하면서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 또 부딪혔다. 양국은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부쩍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스카버러 암초 일대 위성 사진을 토대로 중국이 필리핀 선박의 진입을 막기 위해 입구 부분에 부유식 장벽을 설치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경과 필리핀 어업수산자원국 선박이 마찰을 빚은 직후 취해진 조치다.
중국 해경은 지난 23일 “필리핀 선박이 거듭된 만류와 경고에도 고집스레 중국 황옌다오 인근 해역을 침범했다”면서 “필요한 조처를 통해 퇴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부유식 장벽이 설치되자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자국 어업수산자원국 선박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다만 중국이 설치한 부유식 장벽은 필리핀 선박들이 철수한 뒤 몇 시간 만에 철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에 부유식 장벽을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에 설치한 부유식 장벽을 놓고 중국과 필리핀이 공방을 벌었는데 당시 필리핀 어민들은 자국 어선이 많이 나타나면 중국이 장벽을 설치해 왔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은 당시 중국의 장벽 설치가 자국 어민들의 생계 수단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카버러 암초는 필리핀 루손섬에서 서쪽으로 240㎞ 정도 떨어진 산호초 섬으로,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있다. 중국 최남단 하이난에서는 900㎞ 가량 떨여져 있지만 중국은 2012년부터 이곳을 실효 지배하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의 선(구단선)을 긋고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데 스카버러 암초 역시 그 안에 포함된다.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가 이런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중국은 영유권 주장을 지속하면서 필리핀을 비롯한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부유식 장벽 설치에 대한 질문을 받고 “황옌다오는 중국 고유의 영토”라며 “최근 필리핀이 황옌다오 해역에서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일련의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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