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총리 역할 축소…“리창, 외치보다 내치 집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3기 들어 중국 총리의 역할이 축소되고 외치보다는 내치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임 총리에 비해 외교적 움직임은 크게 줄어들고 시급한 경제 문제 해결 등 내부 과제 때문에 국내에서의 움직임은 더 바빠졌다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3월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 취임 이후 1년간의 공식 일정을 토대로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SCMP에 따르면 리 총리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8차례에 걸쳐 34일 동안 19개 성·시를 시찰했다. 시 주석 집권 1~2기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가 두 번의 임기 첫 1년 동안 각각 11차례(23일)와 10차례(17일)에 걸쳐 7~10개 지역을 시찰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분주한 행보다.
리 총리의 취임 초기 행보는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밝힌 소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당시 관료들에게 “사무실에 앉아 있는 대신 현장 조사를 더 많이 수행하고 대중의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리 총리가 국내외에서 해외 인사들을 접촉한 횟수는 리 전 총리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리 총리는 지난 1년 동안 해외 인사들과 접촉하는 행사에 140차례 참석했다. 리 전 총리는 첫 임기 1년 동안 219회, 두 번째 임기 1년 동안 163회에 걸쳐 해외 인사들을 접촉했다.
리 총리는 해외 방문 시에도 리 전 총리보다 보폭이 좁았다. 그는 1년 동안 4차례 해외 순방을 통해 48개 행사에 참석했다. 이에 비해 리 전 총리는 두 번째 임기 첫 1년 동안 4차례 해외 순방에서 93개에 달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의 뚜렷한 행보 차이는 역할과 엄무 범위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샨 웨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리창 총리는 경제·사회 문제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권한과 자율적 결정의 여지를 받았다”며 “그러나 외교 문제를 포함한 다른 문제에 대한 권한은 적어졌고, 결과적으로 권력 범위가 좁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진한 경제 상황 때문에 국내 경제 활성화가 리 총리 취임 첫 해 최우선 과제로 주어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래너 미터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전통적으로 중국 총리는 경제 문제에 전념해왔고 상하이 당 서기 출신이라는 리 총리의 배경은 그가 비즈니스 친화적이라는 평판을 부여했다”며 “해외 방문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그에게 국내 경제 문제가 더 큰 우선 순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전임자와 비교해 리 총리의 역할이나 리더십에 대해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시 주석 1인 체제의 강화로 존재감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12월 홍콩과 마카오 행정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리 총리가 별도 만남을 갖지 않고 시 주석과 함께 그들을 대면한 것도 상징적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장을 지낸 제임스 짐머먼은 “총리로서 그의 핵심 자격은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이라며 “리 총리가 중국 경제 악화를 극복하거나 이웃 국가들과의 지정학적 긴장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이라는 희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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