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심문한다며 중학교 성적 조롱하는 검찰···日 ‘인질사법’ 논란

박용하 기자 2024. 2. 27. 13: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사법제도 개혁 요구

최근 일본에서 검찰이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그의 어린 시절 성적이나 과거 은사를 모욕하는 행태를 보인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일본이 ‘학대심문’, ‘인질사법’ 등의 비판을 받아 온 자국의 사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6일(현지시간) 최근 논란이 된 일본 검찰의 ‘학대심문’ 영상을 거론하며 사법제도의 개혁을 요구했다.

이 단체가 언급한 사건은 2018년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전직 변호사 에구치 야마토의 사건이다. 에구치는 당시 2년 전 일어난 무면허운전 사망 사고와 관련해 운전자로 하여금 거짓 진술을 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 수사에선 ‘2년 전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하기 힘들다’며 일관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발생했다. 검찰은 에구치가 묵비권을 주장하자, 21일간 총 56시간의 심문을 이어가며 그를 압박했다. 이에 에구치는 재판이 끝난 뒤 수사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을 주장하며 정부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민사사건을 심리하는 도쿄지방재판소에서는 지난달 18일 에구치의 심리 과정을 녹화한 영상이 이례적으로 공개됐다.

당시 공개된 영상을 보면, 검찰 측은 에구치가 묵비권을 행사하자 이를 “아이같은 발상”, “애송이” 등으로 비하했다. 또 사건과 관련 없는 에구치의 중학교 성적을 거론하며 “이과 분야의 것들을 잘 못 했는데, 뭔가 좀 논리가 없다”고도 말했다. 그의 사법연수원 시절 교수를 두고는 “이런 변호사를 만들어 내고 이상하다”, “법정에 서달라고 할까” 등 모욕적인 언행을 보이기도 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에구치의 사건이 일본의 ‘인질 사법’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평가했다. 일본의 법 제도는 국제적으로 높게 평가되는 측면도 있으나, 수사 당국이 변호인 없이 임의로 피의자를 장기간 구금하며 자백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됐다. ‘학대심문’, ‘인질사법’ 등의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높은 자백률로 인해 일본 형사사건의 유죄판결률은 99.8%에 달한다.

단체 측은 “에구치가 경험한 학대 행위는 수많은 생명과 가족을 파괴했으며 수많은 잘못된 유죄 판결을 초래했다”며 “일본 국회는 형사사법제도를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심문 중에 변호사가 참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과 함께, 피의자가 기소 전 구금 기간 보석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무죄 추정 원칙에 대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보석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