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드론이 이끄는 대규모 영토 분쟁…우크라-러시아 ‘소모전’ 3년째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이번 전쟁과 관련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사일보다 많은 수의 드론을 활용하는 ‘더 작아지는’ 대규모 전쟁, 서방의 대규모 제재에도 계속되는 전쟁, 국제사회를 양극단으로 나눈 전쟁 등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블룸버그 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세계 지도자와 군사 계획가 등은 이번 전쟁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폐허를 헤쳐나가고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무인기)은 작은 체구로 거대한 탱크를 박살내거나, 아군 병력 피해 없이 적 전투원을 살상하며 전투 양상을 이른바 ‘작아진 전쟁’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해상 전력에서 절대 열세를 보이던 우크라이나가 무인 해상 이동체(UMV)을 사용해 러시아의 흑해 함대 함정을 파괴하는 등 이번 전쟁을 통해 해상 원격 조종 무기도 본격 사용되고 있다. 또 드론이 전방 관측병 구실까지 하며 전장의 구석구석까지 파악하게 되자,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아는 상태가 되어 소모전 양상도 강해지고 있다.
전쟁 당사국이 자국 내 막대한 자원과 군사장비 공급망을 갖출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한 공조로도 전쟁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교훈도 남기고 있다. 러시아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쟁 물자를 조달할 수 있었다. 일부 부족한 물자는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를 통해 확보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기전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 러시아는 올해 군사비를 전년 대비 70% 늘린 1천억달러로 늘렸고, 군사용 드론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부족한 군사 물자를 동맹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힘겹게 확보하는 실정이다. 155㎜ 포탄 부족이 대표적이다. 올렉산드르 타르나우스키 우크라이나 동남부 타우리아 군사령관은 전장에서 “적들이 포탄에서 10배 우위에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향해 가하고 있는 군사·경제 제재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주요7개국(G7)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지난 2년 동안 러시아를 상대로 여러 차례 제재를 가했다. 서방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일부 은행을 배제하고 전쟁과 관련된 러시아 개인과 단체 수백곳의 자산을 동결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런 제재들로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억제하지도 못했고, 경제 붕괴로 이어지지도 않았다며 “러시아가 제재를 우회하거나, 영향을 완화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쟁을 통해 국제사회의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위협을 느낀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다. 블룸버그는 “이 결정은 30년 전 역사의 종말을 맞이했던 ‘서방 대 나머지 지역'으로 나뉘는 오래된 분열 구도로 돌아가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무서운 암시는 이 정도 규모의 대규모 영토 분쟁의 시대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렸다는 점이다. 또다른 전쟁 상황에 대비해 유럽 주요국들은 민생에 써야 할 돈을 국방비로 돌리고 있다. 독일은 올해 나토의 방위비 지출 목표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달성했다. 올해는 나토 31개 회원국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 2014년 합의한 방위비 국내총생산 2% 이상 지출 목표를 달성하는 첫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 싱크탱크 전략·기술 분석센터의 루슬란 푸코프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아마도 2차 세계대전 뒤, 어떤 전쟁보다 더 큰 전쟁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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