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금융귀족 가문 로스차일드家 제이콥, 87세로 사망
영국 귀족 가문인 로스차일드가의 제이콥 로스차일드 경이 87세로 사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의 가족들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유대인 관습에 따라 소규모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며, 추후 그의 삶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사망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아버지 제이콥은 훌륭한 금융가이자 문화예술 옹호자, 특히 이스라엘과 유대 문화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로서, 열정적 환경 운동가이자 많은 이들의 삶에 우뚝 선 존재였다”며 “많은 사랑을 받은 친구이자, 아버지이며, 할아버지이기도 했다”고 그를 회고했다.
로스차일드가는 18세기 이후 인류 경제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가문으로 꼽힌다. 1700년대 후반 독일 프랑크푸르트 빈민가에서 골동품 중개인으로 큰 성공을 거둔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가 시조다. 그는 아들 5명을 각각 프랑크푸르트, 오스트리아 빈, 영국 런던, 이탈리아 나폴리, 프랑스 파리에 보내 은행을 세웠다. 이때 만들어진 금융 네트워크로 로스차일드가는 정부 재정에 관여하고 국제 채권 시장을 장악했다. 런던 지부가 나폴레옹 전쟁 기간 웰링턴 공작에 군자금을 대려 금을 밀수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로부터 2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로스차일드가는 오늘날까지도 영국 금융계의 한 축을 이루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즈가 선정한 영국 내 ‘부자 목록’(Rich List)에 따르면 로스차일드가의 재산은 작년 기준 약 8억2500만파운드(약 1조4000억원)로 추정된다.
제이콥은 암셸의 6대손이다. 1936년 런던 서쪽 외곽 도시인 버크셔에서 태어났다. 사립 귀족 학교인 이튼칼리지를 거쳐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를 다녔다. 1963년 졸업 후 암셸의 셋째 아들 네이선이 설립한 런던의 NM로스차일드은행에 합류하며 금융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 제이콥은 또 다른 은행 SG워버그와의 합병 문제를 놓고 아버지 빅토르, 사촌 에블린과 대립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제이콥은 1980년 NM로스차일드를 떠나 별도의 투자신탁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가 오늘날의 런던증시 최대 규모 투자신탁 중 하나인 RIT캐피털파트너스다. RIT캐피털은 2012년 록펠러자산운용그룹 지분을 사들이며 미국 록펠러 가문과 ‘세기의 동업’에 나서기도 했다. 제이콥은 2019년까지 RIT캐피털의 회장을 지냈다.
1991년에는 오늘날 세인트제임스플레스자산운용이 된 J 로스차일드 보증그룹을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2003~2008년 영국 위성 방송사 BSkyB의 부회장을 지냈고, 미국 거대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의 국제 자문 위원회에도 몸담았다. 영국계 다국적 광고회사 WPP의 마틴 소렐 회장이 WPP를 떠나 세운 S4캐피털과도 인연이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존재감이 컸다. 1985~1991년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이사회 의장,1994~1998년 헤리티지복권기금 이사장을 역임했다. 제이콥은 런던 신고전주의 양식 건축물의 대표격인 서머셋하우스 복원에 힘 쏟았고, 버킹엄궁 옆에 있는 스펜서 하우스 개조에 1800만파운드(304억원)를 들였다. 로스차일드가가 1880년대부터 별장으로 써 온 워데스던 저택을 제프 쿤스 등의 작품으로 채워 현대 예술의 중심지로 부흥시킨 것도 제이콥이었다.
대영박물관장을 맡고 있는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장관은 “제이콥은 타고난 특권을 최대한 활용해 영국 문화계와 상업계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워데스던 저택에 대한 공헌은 그곳을 영국 박물관 업계의 보석으로 만드는 데 충분했다”고 치하했다.
유대인으로서의 영향력도 상당했다. 로스차일드가의 이스라엘 재단인 야드 하나디브의 이사장으로 30년 넘게 재직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제이콥을 “영국 유대계에 위대한 인물”이라고 칭송했다.
제이콥은 2019년에 사망한 세레나와 50년 넘게 결혼 생활을 했다. 한나, 베스, 에밀리, 낫, 등 4명의 자녀를 뒀다. 장녀인 한나가 그의 뒤를 이어 로스차일드 재단 이사장에 오를 예정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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