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익 위해 '전공의 사직 제한' 진료 명령…법적 검토 완료"(종합)
15개 상급종합병원 수술 50% 감소…의료사고특례법 공개
(서울=뉴스1) 천선휴 김규빈 기자 = 정부가 수련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지만 계약을 포기하는 전공의들을 막기 위해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하면서 의사들을 압박하는 동시에,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법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날(26일)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병원과 수련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수련병원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음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진료 유지 명령이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료계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기본권이라는 건 법률에 따라서, 또 공익이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한 부분이고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다.
99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7시 기준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으로 나타났다.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그중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2.7%인 8939명으로 확인됐다. 100개 수련병원 중 1개 수련병원은 자료 제출이 부실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일부 병원별로 복귀를 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꽤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차관은 "복귀라는 것이 현장에 다시 왔다는 것을 확인하는 건데 그 확인이 굉장히 쉽지 않아 정확한 통계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일부 병원별로는 꽤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있다"고 밝혔다.
전국 40대 의과대학 가운데 전날(26일) 기준 14개 대학 515명의 의대생이 추가로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돼 휴학 신청 건수는 총 1만2527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7647건의 휴학 신청은 형식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단행동 이후 상급종합병원 신규 입원 환자는 24% 줄고, 수술 건수(15개 병원 기준)는 약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두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로 파악됐다.
박 차관은 "평상시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구성이 평균 55%는 중증환자, 45%는 중등증 또는 경증환자이며, 최근 상급종합병원 외래 진료량 감소 폭이 2.5%로 미미한 점을 감안할 때 중증환자를 진료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19일부터 26일까지 총 623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피해신고서 접수는 278건으로 △수술지연 207건 △입원지연 14건 △진료취소 29건 △진료거절 28건이었다. 이 밖에 의료이용 불편 상담은 287건, 법률상담지원은 58건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더불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날부로 '즉각대응팀'을 설치한다.
'즉각대응팀'은 복지부 본부 내 '지원팀'과 지역 의료현장의 '현장 출동팀'으로 구성된다. 현장 출동 시 지자체를 중심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소방청, 응급의료센터, 경찰이 협업하게 된다.
정부는 또 이날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법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특례법에 따르면 필수의료인력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업무상과실치상, 중과실치상죄 등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해도 반의사불벌특례를 적용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 제기를 할 수 없다.
또한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에는 의료과실로 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며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중증질환, 분만 등 필수의료행위의 경우 중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종합보험·공제에 가입시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한 경우 형이 감면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반의사불벌특례는 미용·성형 등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며 "다만, 종합보험 가입에 대한 특례는 중상해의 경우 필수의료에 한해서 특례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법안은 초안으로 정부는 오는 29일 공청회를 개최해 추가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입법까지 이루어져야 되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지만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생각"이라면서도 "발생하는 피해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보상에 소요되는 재정은 얼마 등 재정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전에라도 후보로 생각하는 분들을 모시고 사전위원회 형식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어 나갈 수 있다"며 "위원회도 신속히 구성해 법 개정, 예산안 등을 논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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