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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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은 자신들이 정복한 그리스의 문학을 활용했다.
또 책은 인도에서 불교 경전을 구하기 위해 16년간 여행한 중국 현장법사, 서양 예술에 파괴적 영향을 준 중국 경극 등 단절과 복원, 미래를 향한 문구가 가득했던 아소카 왕의 인도 등을 짚어보며, "결국 최초의 변화한 문화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며 어떤 문화든 지식과 지혜를 전하기 위한 최선의 모습으로 변하기 마련"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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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은 자신들이 정복한 그리스의 문학을 활용했다.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자신들의 위업을 과시하기 위해서 700년 전 문학을 활용한 것이다. 그리스는 정복당했어도, 그 문화는 더욱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기원과 그리스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 지를 고민했다. 강력한 문명을 만든 동력은 결코 ‘순수한 문화’가 아닌, ‘혼합’에 있다.
하버드대 영문학과 비교문학 교수인 저자는 신간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에서 인류의 문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다른 문화를 접촉하고 받아들이면서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는지를 찬찬히 살펴간다.
책은 최초 예술가가 작품을 남긴 기원전 쇼베동굴에서 시작해, 세계적 작가 한강과 마거릿 애트우드가 함께할 2114년 미래의 도서관까지, 수십 세기를 횡단하는 인류 문화 오디세이를 따라가며 문화의 혼합을 보여준다.
푸크너 교수는 특정 문화가 집단, 국가, 종교 등에 의해 소유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지적한다. 책에 따르면 문화, 예술은 때로는 타 문화에서 훔쳐오고, 대립하고, 부정되고, 다시 합쳐져 더 크고 아름다운, 그리고 쓸모 있는 ‘그릇’으로 재탄생한다. 이러한 혼합과 순환이라는 과정을 거쳐 적응한 문화가 오래 살아남아, 더욱 풍요로워졌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예컨대 구약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 왕은 흑인 인권 운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14세기 에티오피아 서사시 ‘케브라 나가스트’ 이야기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왕조는 솔로몬 왕을 계승한 유대 왕조의 직계 후손이다. 이때 솔로몬 왕은 에티오피아 왕조에 권위를 부여해 주는 역할을 했지만, 훗날 이 서사시는 흑인들의 역사를 상징하는 텍스트로 재해석돼 블랙팬서 등 흑인 인권 운동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와 함께 일본 다색판화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는 서양 기법을 도입한 작품이었지만, 당시 일본 미술에서 이질적 화풍이었으나 그 맥락과 상관없이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또 책은 인도에서 불교 경전을 구하기 위해 16년간 여행한 중국 현장법사, 서양 예술에 파괴적 영향을 준 중국 경극 등 단절과 복원, 미래를 향한 문구가 가득했던 아소카 왕의 인도 등을 짚어보며, “결국 최초의 변화한 문화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며 어떤 문화든 지식과 지혜를 전하기 위한 최선의 모습으로 변하기 마련”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책은 한류가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저자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발전과 함께 등장한 한류가 지금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한 가장 큰 이유를 ‘뒤섞인 스타일’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반향을 일으킨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까지, 혼자 이뤄진 건 없다는 의미다.
책은 단절과 복원, 권력 투쟁과 무모한 여정을 매개로 전 지구를 움직인 문화적 성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끊없이 변신하고 접합하는 문화의 특성이 인류의 지혜를 미래로 전하는 원동력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다양한 문화 접촉으로 선택지가 증가하면 문화 발전은 자극을 받는다”면서 “반대로 순수성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대안을 차단하고 가능성을 제한하며 문화 융합 실험을 감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편협함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틴 푸크너 지음ㅣ허진 옮김ㅣ어크로스ㅣ472쪽ㅣ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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