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끝내고 나토 가입하는 스웨덴에…발트 3국 '안도'·러시아 '한숨'
러시아 월경지 칼리닌그라드는 4면 사실상 포위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스웨덴이 재수 끝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사실상 확정했다. 현행 31개국 체제였던 나토가 32개국으로 불어나는 가운데, 이 같은 변화가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지 이목이 쏠린다.
스웨덴의 나토가입으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대로 러시아로서는 나토 방위력이 발트해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 가능성이 커 한동안 근심하는 한숨을 내뿜게 됐다.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에 발트 3국은 숨통 트여
마지막 문턱인 헝가리 의회가 26일(현지시간) 스웨덴 나토 가입을 비준하면서 사실상 스웨덴이 나토 방위국으로 합류했다. 200년 넘게 군사 중립국의 전통을 지켜온 핀란드와 스웨덴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2022년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4월 가입에 성공했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 반대에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스웨덴 나토 가입으로 큰 혜택을 보는 것은 발트 3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압박에서 비교적 숨통이 트였다는 평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이전 발트 3국은 풍전등화였다. 미국을 위시한 나토 방위력이 공동방위를 구축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발트 3국도 침략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나토 방위력이 발트해 지역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였다.
지리적 요인이 컸다. 중립국이던 핀란드와 스웨덴에 나토 무기를 배치할 수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군사작전을 위해 영토를 이용하기도 어려웠다. 두 국가의 나토 가입 이전에 발트 3국은 러시아와 그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맹방 벨라루스로 포위된 상태였다.
유일하게 차단되지 않은 '수바우키 회랑'의 군사적 가치가 중요한 이유였다. 길이 약 65㎞의 수바우키 회랑은 나토와 유럽연합(EU) 등 서방 세계를 잇는 관문인 동시에 월경지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연결한다. 특히 발트 3국은 이 관문을 통해야만 나토와 EU에 진출할 수 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 이전인 2022년 3월3일, 존 R 데니 미국 육군대학원 전략연구소 연구교수는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논평에서 수바우키 회랑 방어 필요성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다른 연합군이 발트해와 나토 동편으로 몰려들면서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에 위협이 증가한다고 인식해 수바우키 회랑을 점령해 고립 지역으로 가는 육교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동시에 발트 3국의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발트해 연안 국가가 모두 나토에 편입돼 러시아는 발트해 제해권을 장악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발트 3국은 육로가 막히더라도 바다를 통한 출입구가 남아 완전한 봉쇄를 면할 방법을 찾게 됐다. 동시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 등 북유럽에 나토 방위자산이 배치되면 발트 3국을 노리는 러시아의 침공에 억지력이 강해져 침공 가능성은 더욱 작아진다는 전망도 있다.
근심하는 러시아는 숨통 막혀…군사력 재배치 대응
북유럽 확장한 나토에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과 공유하는 국경이 2배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핀란드가 나토에 31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것이 주요한 요인이다. 포위를 목적으로 한 나토 방위선의 2배 확장에 러시아는 숨통이 막히게 됐다.
발트 3국 입장에서 구원적 요소가 반대 입장인 러시아에는 모두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발트해 제해권을 완전히 내준다면 칼리닌그라드는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사면초가에 빠진다. 그 때문에 수바우키 회랑과 벨라루스의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한 뒤 러시아 지도부를 중심으로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 군관구(軍管區) 재설치 목소리가 제기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 이를 대통령령으로 서명했다. 나토 동진에 군사력 서진으로 맞선 셈이다.
러시아가 발트 3국을 침공할 목적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러시아는 동진하는 나토가 칼리닌그라드를 향한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를 군사도시로써 더욱 계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트해 함대 본부가 자리한 칼리닌그라드는 이미 미사일 발사대와 군사 비행장을 보유한 군사도시지만, 핵무기까지 이전받았다는 의혹이 계속해 제기돼 왔다.
또 벨라루스로 이어지는 길인 수바우키 회랑에도 지속적인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반란에 실패한 러시아 민간 바그너그룹 용병이 이 지역 일대에 배치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발트 3국과 폴란드는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게다가 벨라루스로는 이미 러시아 핵무기가 이전·배치됐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에 러시아 전술핵무기의 이전 완료를 공표했다. 적극적으로 나토 동진에 대항해 온 지난 행보에 비춰볼 때 러시아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불편함으로 다가올 개연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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